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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칼럼] '좋은 일'들 더 당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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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칼럼] '좋은 일'들 더 당당히

입력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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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10주년(10월3일)에 즈음한 나의 독일방문 ㅇ리정은 그마무리가 자못 극적이라 할만 했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베를린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그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방송은 그때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급히 전하고 있었다.독일 통일의 여러 현장, 특히 옛 동독지역의 오늘을 둘러보는 10월의 2주일 동안에 , 그밖의 세계는 유난히 크게 소용돌이 치는 듯이 보였다. 매일 밤 늦게 숙소로 돌아와서 켜는 TV뉴스는 유고연방에서의 피플파워와 이스라엘에서의 폭력충돌로 장면마다 격렬하고 어지러웠다.

김일성광장의 행진을 전하는 평양 뉴스, 군복입은 북한 고위 특사의 워싱턴 외교가 중첩됐다. 미 해군 군함이 중동해역에서 테러를 당하고 틀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기다리는 보도 또한 잇달았다.

격동과 변화, 2주간이 아니라 하루만에라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 격동과 변화의 연장선상이다. 독일의 통일수도의 베를린은 김 대통령이 주도한 '변화'의 한 거점도시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방독 길에서 이른바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의 직접대화를 이끌었고, 마침내 6.15합의에까지 이르렀으며 그로써 노벨상 수상의 영예에 바짝 다가갔던 것이다.

일찍이 베를린 시장이던 때에 동,서 베를린을 가르는 저 유명한 장벽이 설치되는 것을 보아야 했던 빌리 브란트는 훗날 집권하자 동방정책으로 오늘의 독일통일의 초석이 되었다. 그는 29년의 시차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김 대중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는데 여기서도 김대통령의 '베를린 인연'은 만만치가 않은셈이다.

브란트가 서독 총리가 된 것은 69년이고, 그가 동독땅 에어프르트를 찾아가 당시 동독 총리 빌리 슈토프와 양독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70년 3월이다. 그리고 그는 71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된다.'베를린선언'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바로 그 해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김대중 대통령과 닮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브란트는 김 대통령이 80년 군부에 의해 사형 위험에 처했을 때 국제적인 구명운동에 앞장을 섰던 직접적인 연고도 있다.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옛 동독으로부터 편입된 '신 연방주'의 문제를 전담하는 고위관리를 만났을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베를린이 본래 고향인 옌스 클록신 박사는 "독일 통일은 어느 정치인아니 정치 세력이 아니라 독일 국민이 한 것이며 그중에서도 동독 주민들이 이루어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89년 봄부터 시작된 주민들의 대량탈출이 장벽 붕괴와 그에 이은 통일의 단초였다는 것이다.90년 봄에 있었던 선거에서 서독 정당에 표를 몰아준 동독 주민들의 선택도 가세했다.

여러 국제정세와 역사적 기회를 잘 이용한 정치인의 판단도 있었지만, 통일을 이루어낸 직접적인 당사자는 단연 동독 주민들 자신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16일의 기자간담에서 "노벨 평화상은 형식적으로만 내가 받는 것일 뿐 내용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정치인의 겸사지만, 앞으로 통일을 이뤄가야 할 주체가 국민인 것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더 중요한 말은 "가난한 생활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가난의 대물림에서 탈출하게 하는 것"을 평화상의 진정한 뜻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특히 "그냥 돕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방법론은 지금은 계속해야 할 북한과의 '균형맞추기'노력에서 우리가 새롭게 간직해야 할 시각이고 자세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지금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정치인으로서, 또는 평화운동가로서 '당당함'이 필요하다.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알면서도 못했던 '좋은일'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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