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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진상규명위 / 3선개헌이후 모든 의문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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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진상규명위 / 3선개헌이후 모든 의문사 대상

입력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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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최중길등 특별법 주도 44건 우선대상거듭된 유가족들의 청원 끝에 대통령 직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가 17일 발족, 미궁에 빠졌던 각종 의문사의 진실을 캐기 위한 긴 노정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후 2년간 2만1,300여건의 청문회를 열었던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실질적인 수사권이 없어 역대 정권 하 권력기관의 수많은 `비밀'을 밝혀내고 죽은 이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낼 때까지는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진상규명의 대상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1969년 `3선개헌'후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이 있는 모든 의문사가 조사의 대상이다.

1차적으로는 특별법 제정을 주도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측이 제시한 44명의 죽음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협측은 ▦군입대 후 숨진 대학생 22명 ▦경찰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다 숨진 인사 17명 ▦유신시절 중앙정보부와 5공 당시 합수부에사 숨진 인사 5명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왔다.

이 가운데는 75년 8월17일 경기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당시 58세), 73년 10월 중앙정보부로부터 유럽 거점 대규모 간첩사건에 대한 수사협조를 받고 출두 후 50여시간만에 의문사한 최종길(41) 전 서울대 법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노동계에서는 91년 숨진 박창수(34)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죽음이 대표적이다. 박씨는 구속된 뒤 서울구치소에서 의문의 상처를 입고 안양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틀 후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밖에 89년 5월 광주 청옥동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조선대생 이철규(25), 80년 7월 사회정의구현 부산기독인회 회장을 지내다 국군보안사령부 부산분실에 연행된 뒤 변사체로 발견된 임기윤(59)씨,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으로 활동중 의문사를 당한 이내창(28)씨 등의 죽음도 수많은 의문사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절차 및 기한 올 12월31일까지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신청과 진정을 받는다. 위원회는 접수 후 30일 이내에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고 사건당 6개월의 조사기한이 주어진다. 필요할 경우는 1차례에 한해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조사는 ▦군ㆍ경찰을 제외한 기관 관련 사건 ▦경찰 관련 사건 ▦군 관련 사건 ▦위원장이 특별히 명하는 사건을 4개 조사과에서 분담해 진행한다.

조사결과 공권력의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관련자를 검찰총장이나 군 참모총장에게 고발한다. 위원회는 조사과정에서 수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내부 양심선언이나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최고 5,0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양승규 의문사 진상규명위원장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양승규(가톨릭대 법학과 대우교수) 위원장은 17일 취임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부끄러운 우리 역사를 후손에게 물리지 않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처벌보다는 진실규명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앞으로 중점을 둘 활동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의문사 피해자가 있다는 건 우리 역사의 수치다. 그러나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역사의 피해자인 만큼 한풀이가 아닌 진실규명을 통한 화합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해방이후 식민통치의 잔재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이 무산된 것이 오늘까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범죄혐의가 드러난 관련자는 모두 수사기관에 고발하나.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와 용서를 구하면 끌어안을 것이다. 유족도 기꺼이 함께할 것으로 본다.”

- 공소시효가 문제 될 텐데.

“의문사는 대부분 반 인권 관련 범죄들이다. 국제적으로도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내법상의 시효문제는 위원들과 의논해 별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다.”

- 권한과 시간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기록과 자료 등을 통한 조사에 중점을 두고 법의 테두리내에서 소기의 성과를 반드시 낼 것이다. 내부 제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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