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특징이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7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트리폴리에서 열린 제 12회 아시안컵 B조 예선 2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서 전반 42분 알 후와이디에게 허용한 선취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_1로 패했다.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1무1패(승점 1)로 조 3위를 기록,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인도네시아를 4_0으로 대파, 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20일 새벽 1시 35분 인도네시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이날 한국의 경기는 최악이었다. 전술도 없고 개인기도 없었다. 한국축구 특유의 투지나 기동력 등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살만했다.
1998년 월드컵 대표팀 차범근사단의 특징은 측면돌파에 이은 센터링, 기습적인 중거리슛,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비쇼베츠 감독의 96년 올림픽팀은 두터운 수비와 윤정환-최용수로 이어지는 득점루트가 특징이었다.
94년 월드컵 당시 김호사단은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선수를 5명이나 포진시켜 체력과 스피드, 기동력을 무기로 강호들과 선전했다. 92년 올림픽팀은 크라머 총감독의 아기자기한 기술축구가 장점이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의 한국축구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한국은 쿠웨이트의 압박수비에 밀려 주도권을 상실했고 수비진은 빠른 역습에 당황했다. 양측면을 이용한 공격은 이영표 박진섭의 스피드가 떨어져 실패했고 단조로운 중앙돌파는 역습의 빌미가 됐다.
전술의 변화나 선수들의 적극적 자세가 보이지 않았다. 허 감독의 특징은 상대와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 하지만 그런 특징마저 상실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기후 외신기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한국의 정신적 준비는 제대로 됐는가” 등 질책성의 질문을 던졌다. 한국축구의 특징은 조직력과 정신력인데 이런 점이 보이지 않아 의문이 생긴 것이다.
허 감독은 “세대교체 과정이어서 그런지 선수들간에 호흡이 맞지 않았다. 오늘의 경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서 수비형 미드필더 유상철을 전방 공격수로 끌어올리고 이동국 설기현의 투톱을 그대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3_5_2포메이션을 3_4_3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다량득점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짓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염두에 두었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전술적 다양함이다. 임기응변 전술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지만 단기적인 대회에서 선수들의 부상 등 돌발적인 변수가 생길 때 항상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한국축구와 `경우의 수'의 질긴 악연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40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넘본다던 한국은 17일 새벽(한국시간) 쿠웨이트에 덜미를 잡혀 8강 진출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3개조의 각 1, 2위 팀에 주어지는 8강 진출권을 자력으로 따내기는 어려워졌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한국은 8강행을 위해 일단 남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20일 새벽)에서 대승해야 한다. 다른 팀 경기결과에 따라 조 2위 또는 와일드카드로 8강행을 기대할 수 있다.
2경기씩을 치른 17일 현재 B조 순위를 보면 중국이 1승1무(승점4점ㆍ골득실 +4)로 1위, 쿠웨이트는 1승1무(승점 4점ㆍ골득실 +1)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무1패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1점(골득실 -1)으로 3위, 중국에 0-4로 대패한 인도네시아는 1무1패(승점 1ㆍ골득실 -4)로 최하위.
한국이 8강에 직행하는 조 2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날 열리는 중국-쿠웨이트에서 반드시 승부가 갈려야 하는 게 전제조건. 한국은 인도네시아전에서 대량득점으로 이겨 중국-쿠웨이트전 패자(敗者)보다 골득실에서 앞서야 한다.
만약 중국과 쿠웨이트가 비길 경우 두 팀이 각각 1,2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은 각조 3위에 걸려 있는 두 장의 와일드카드를 노려야 하는데 A, C조 3위와 승점, 골득실, 다득점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조 2위로 8강에 오르면 C조 2위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8강에 진출한다면 A조 1위(이란 또는 이라크)와 맞붙게 돼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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