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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동전'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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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동전'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입력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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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샤롬 엘 세이크 휴양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상회담이 17일 극적 타결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는 위기를 벗어났다. 양측은 이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 아래 2주 이상 계속된 폭력을 종식하고 중동평화회담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폭력사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위원회 구성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는 데도 동의했다.사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면전으로 나갈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었다. 비록 12일 예맨 남부항구인 아덴항에서 미국 구축함이 자살테러 특공대의 공격을 받음으로써 미국 역시 이 문제에 깊숙히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쿠웨이트를 군사적으로 점령했던 이라크에 대해 국제적 군사응징이 가능했던 상황과는 배경과 여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팔레스타인의 존속 문제는 비단 팔레스타인의 희망사항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스스로의 안보와 중동평화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지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됐을 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민이8? 서로 다른 종교 문화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번 정상회담의 타결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왜 생겼는지 그 원인을 차분하게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동의 새로운 냉전환경은 예루살렘의 종교 문화환경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 종교적 갈등문화를 갖고 있는 아랍인과 유대인과 분쟁은 70%이상이 심리적인 것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유혈사태의 직접적인 원인도 이스라엘 야당인 리쿠드당 아리엘 샤론 당수가 9월28일 무슬림의 성지인 알 악사 모스크를 방문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한 데서 비롯됐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회담이 결렬되면서 잉태됐다. 당시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이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선언하겠다고 정치적 압력을 넣었으며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절대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 주민간에 팽팽한 감정 대립이 생겨났다. 예루살렘은 양 국이 모두 역사와 문화적 이유를 들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결국 양 국민은 서로 상대방이 조상의 성지를 훼손했다고 비난했고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웨스트뱅크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이라는 초강경 맞수를 둠으로써 이 지역은 준전시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20여일간 지속된 갈등상황 속에 온 인류는 어린 소년이 아버지 앞에서 총에 맞아 숨져가는 참극을 목도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증시가 폭락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빚기도 했다. 중동지역에서 원유의 73.4%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에 큰 주름이 지는 것인?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중동평화회담에는 합의했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가득하다. 양국 평화의 걸림돌인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문제, 동예루살렘 지위문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등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갈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결국 팔레스타인 문제는 양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두 민족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는 기본 틀에서만 풀 수 있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2,000년 가까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았던 고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1948년 국제사회가 인정한 국가를 세운 반면 자신들은 이제 자치정부가 아닌, 국가를 세우기 위한 과정에 있다는 현실을 냉엄하게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양국이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해주길 앞으로의 중동평화회담에서 기대해본다.

홍순남

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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