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호텔'의 원조는 이래저래 일본이다. `러브 스토리'`러브 레터' 등이 쓰이는 데 착안하여, 비슷한 형식을 가진 `러브 호텔'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도 그들이고 다른 나라에는 전혀 없었던 기묘한 호텔을 개발한 것도 그들이다.못 말리는 일본인 상술이 개발한 러브 호텔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전국 곳곳에서 번성하더니 드디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6개월이 넘게 러브 호텔과의 전쟁을 벌인 경기 고양시 주민들이 15일 일요일부터는 납세 의무 거부운동까지 벌이기로 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와는 바로 이웃하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는 불과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러브 호텔이 차례로 들어서고 장사하는 것을 지켜본 고양 시민들이 가만히 참고만 있었다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고양시 시민들이 벌인 러브 호텔과의 전쟁은 한 마디로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그들이 만든 반 러브 호텔 홈페이지(lovehotel.id.ro)에는 아직은 그렇게 방문자 수가 많지 않지만 그들의 운동은 정치적인 관심을 모았고 작은 법적 투쟁에서 사실상 승리도 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러브 호텔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검토 중이며 고양교육청은 고양 시민들이 서울 행정법원에 고양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첫 공판에 앞서 러브호텔 관련 서류 모두를 자진하여 시민들에게 전달도 했다.
그러나 고양 시민들이 거둔 가장 큰 성공은 전 국민에게 러브호텔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경기도 양수리와 퇴촌 일대를 걸을 때마다 `몬테 카를로' `라스베가스'식으로 외국 도시 이름을 뚱딴지 같이 따온 간판을 내걸고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을 단 러브 호텔들을 보면서 나 역시 전국 방방곡곡의 러브 호텔화를 보는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었다. 이제 전국민이 그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고양 시민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짚어야 할 점은 몇 가지이다. 러브 호텔은 무조건 폐쇄하거나 허가 취소 대상인가, 특별한 상업지구나 성인업소 블록에 이전시킬 수 있는가,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이나 간판은 그대로 둘 것인가.
`love hotel'이라는 말이 검색어로 버젓이 들어선 인터넷은 60년대 말쯤 생겨난 일본의 러브 호텔이 장사가 잘 돼 80년대 들어 늘어났지만 하나같이 유럽의 성곽을 흉내낸 건물이어서 기이하게 보인다고 한다(home.snafu.de/jgkb/archive-japanasitis/love/love.html).
서구인이 운영하는 몇몇 여행 전문 사이트는 “일본인들은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나 보다(^^;;)”, “러브 호텔의 더 알맞은 이름은 러스트(lust 욕망) 호텔 아닐까”하고 야유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의 러브 호텔이나 수 많은 일본의 러브 호텔이나 공통점은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우리의 러브 호텔은 더 간판이 요란하고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주택지 바로 옆에, 학교 바로 옆에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소설에서처럼 가난한 젊은이? 가 사랑을 위해 숲 속 빈 곳을 찾아 다니지 않게 하려면 러브 호텔은 필요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치와 간판과 세무조사 등의 규제는 마땅히 있어야 옳다. `나 여기 있소'하는 듯한 뻔뻔스러운 간판은 보지 않기를 소망한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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