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벨평화상 수상소감, 향후 국정에 임하는 각오와 구상 등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박수를 받고 “감사하다”면서 “기자들에게 처음 박수를 받아보는데 다른 회견 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조크를 하는 등 때로는 여유를, 때로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인사말
이 자리를 빌려 성원해준 국민과 세계의 많은 민주인사, 친구들에 감사한다. 1973년 일본에서 납치돼 선창 밑에 묶여있을 때, 신군부에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겁도 났다. 그러나 극복했다. 그 힘의 하나는 신앙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의롭게 산 사람은 당대에 성공하지 못해도 역사를 통해 살아난다'는 믿음이었다.
지금은 ASEM 기간이다. 26개국 정상들이 오는 국가적 행사다. 남북화해를 지지하는 서울선언, 유럽아시아간 문화유학생교류 등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치러 공고한 발전과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수 있도록 도와달라. 수상 후 많은 생각을 했다. 국민화합 여야화합의 정치, 인권과 민주주의의 모범국가, 남북 화해시대 구축, 경제강국, 서민생활안정 등 5가지 과제에 최선을 다하겠다.
■일문일답
_수상 발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때 집사람과 함께 TV를 지켜봤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수상 발표를 듣고 아내와 껴안고 좋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고보니 꿈 같기도 하고 정말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어떤 분이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면 끝나는 데 노벨상은 받으면 더 책임이 무거워진다'고 했는데 동감이다.”
_수상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남북 정상회담이 노벨상 수상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 점에 있어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에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생각도 든다. 더욱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수상 의도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_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문제는 정부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검토하고 있음을 알아 달라.”
_사직동팀 해체가 김 대통령의 소신이기도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하는데 노벨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사직동팀에서 그동안 일한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한다. 사직동팀은 실제로 활동하는 내용 보다 크게, 과장돼 알려져있다. 그 곳에서 일한 분들도 불편하고 정부에도 플러스가 안된 측면이 있다. 여러 차례 검토하다가 이번에 말썽이 있어 차제에 정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다. 노벨상 수상과 직접 관련은 없다.”
_수상을 사전에, 단 1초전에라도 몰랐는가.
“1초가 아니라 10분의 1초 전에도 몰랐다.”
_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한 구상은.
“이미 정부가 발표한 대로 12월까지 금융??기업 개혁을 마무리하고 나머지 공공부문과 노사부문은 내년 2월까지 결론짓겠다. 12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예시해 국민에게 뭘 하려는 지를 알리고 매월 국민에게 보고하겠다. 이달말 내용을 보고받고 국민에게 알리겠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를, 나를 믿으라. 과거에 힘을 합치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한 외환위기도 극복하지 않았느냐. 문제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강점도 있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유가, 반도체 가격하락 등 외부 문제도 있다.
고유가 문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금모으기 심정으로 협력하면 정부는 힘을 얻어 경제를 살려낼 것이다. 살려내는 게 아니라 선진국으로 만드는 토대를 마련, 다음 정부에 넘겨주겠다.”
_노벨상 상금 10억여원과 라프토 인권상 상금 5만달러는 어떻게 쓸 것인가.
“형식적으로 내가 받은 것이지 내용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받은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쓸 수 없으며 우리 국민과 민족을 위해 쓸 것이다.(이 대목에서 김 대통령은 “라프토 인권상에도 상금이 있느냐”고 묻고 기자들이 “5만달러”라고 답하자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상금을 종자돈(시드머니)으로 삼아 좋은 일에 쓰겠다.”
_야당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러 면이 있다. 한 가지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문제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바 없다.”
_야당 일각에서 ASEM후 사정정국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데.
“전혀 근거없는 소리이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일을 한다면 노벨상을 준 데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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