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치솟는데 축구에서는 전통적인 중동세가 곤두박질?' 대회 초반이라 성급한 진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1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아시안컵)에서 지난 대회 우승국 사우디아라비아, 강력한 우승후보 이란 쿠웨이트 이라크 등이 움츠려 들고 있는 건 분명한 현상.상대적으로 아시아 축구의 변방에 머물렀던 동남아시아가 의외로 탄탄한 전력을 보여 아시아 축구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다.
중동강국들은 대회 초반 이변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1차전서 레바논에 4_0으로 대승했던 이란은 16일(한국시간) 태국전에서 후반 29분에야 한 골을 만회, 간신히 1_1로 비겨 우승후보의 체면을 구겼다. 이란은 선수 9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아시아 최강.
외신들이 대회 초반 최대 이변으로 보도한 이날 무승부는 이란의 사실상 패배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라크도 같은 날 약체로 평가받는 레바논에 2_0과 앞서다가 두 골을 내줘 강호의 체면을 구겼다. 쿠웨이트는 14일 B조 인도네시아와 득점없이 비겨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사우디축구협회는 15일 일본전에서 1_4로 대패한 책임을 물어 체코출신 밀란 마칼라 감독을 다음날 전격 해임했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A조의 사우디_일본전은 중동 대 동북아 축구의 자존심 대?m 로 대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는데 결국 감독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중동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동남아를 대표하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기대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진출이 겨우 두번째인 인도네시아는 본래 다른 팀의 승수쌓기 제물쯤으로 여겨졌으나 쿠웨이트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의외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태국은 동남아에서는 축구강국으로 군림하면서도 동북아와 중동세가 주름잡는 아시아 축구의 주류에는 끼지 못했다. 96년 대회에서도 사우디에 0_6으로 패하는 등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던 태국이 9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르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더니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다크호스로 자리잡았다.
잉글랜드출신 태국의 피터 위데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팀의 기둥이라는 게 태국축구의 강점이다.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때문에 머지않아 단순히 아시아가 아닌 세계축구와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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