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말썽 많은 `사직동 팀'을 폐지키로 한 것은 뒤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권력 직속의 암행 및 밀실 수사 조직을 없애는 것은 민주적 권력의 정당성과 법치를 위해 필수적 조치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려는 의지의 표현이란 설명이지만,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지금까지 미룬 것이 아쉬울 정도다.1972년 유신체제 아래 고위공직자 비리사정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위해 설치된 사직동 팀, 경찰청 조사과는 권위주의 통치의 산물이다. 검찰과 경찰조직의 지휘를 받지 않는 권력 친위 수사대를 둔 것부터가 법치의 테두리를 벗어났다. 검찰과 경찰이 손대기 어려운 공직비리를 내사하고 친인척 주변의 일탈행위를 막기 위한 조직이지만, 권력의 자의(恣意)에 전적으로 맡겨진 데 따른 폐해는 새삼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검찰과 경찰도 권력에서 독립하지 못한 권위주의 시대에 사직동 팀의 존재를 논란하는 것은 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권력밖에 감독기관이 없는 은밀하고 강력한 수사기관, 그 권위주의의 잔재를 저마다 민주와 법치를 표방한 역대 정부가 차마 버리지 못한 것은 쓸모 많은 악덕에 미련을 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정부마저 이 부정적 유촛m 을 일찍이 청산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게 여겨야 마땅하다. 사직동 팀이 그나마 고위공직과 친인척 비리단속의 제 역할을 한 것은 유신체제 뿐이었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5공화국 이래 역대 정권은 주변 단속보다는 비리 은폐와 무마에 이 조직과 지휘책임을 맡은 사정수석 또는 법무비서관을 이용했다. 그 폐해가 국민의 정부에 와서 불법대출 사건 등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참담한 아이러니라고 할만 하다.
이런 역사에 비춰 사직동 팀을 해체하고, 업무를 검찰과 경찰에 되돌리는 것은 현명한 결단이다. 검찰과 경찰의 독립성이 아직 논란되지만, 권력직속 수사기관의 해체는 장기적으로 법치와 검찰권 독립에도 도움될 것으로 믿는다. 그것은 곧 권력의 정당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한가지 미리 지적할 것은, 권력과 수사기관의 속성상 조직은 없애되 그 기능은 어디선가 되살리고픈 유혹을 떨쳐야 한다는 점이다. 공직기강과 친인척 관리를 민정수석실이 계속 맡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행여 사직동 팀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옮겨가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모처럼의 결단을 스스로 저버리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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