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소재로 다룬 광고가 갑작스럽게 쏟아진 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다. 이전까지 북한의 모습을 1, 2초 비추는 것만으로도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던 광고업계로선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금기로부터의 해방 선언' 이었던 것.정상회담이 열린 6월 한달여 동안 북한의 인물, 어투, 의복 등 다양한 소재의 북한 광고는 10여 편이나 나왔다. 유행에 민감한 광고업계답게 최근 들어 북한 소재 광고는 다소 뜸한 상태다.
북한 광고의 특징은 `희화화'다. 광고를 접하는 사람들이 어색해 하지 않도록 농담과 웃음을 적절하게 사용해 제작한 것이다. 양말업체 `싹스탑'은 지면 광고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상시키는 무명모델을 등장시켰다.
엄숙해야 할 두 정상의 우스꽝스런 얼굴과 말끔한 정장 아래 화려한 줄무늬 양말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때 색깔있는 구호였던 `백두에서 한라까지'도 광고 카피로 써먹는 세상이니 격세지감이랄까.
롯데칠성음료의 `2% 부족할 때'는 2억개 판매 돌파기념으로 제작한 이벤트 지면광고에서 북한의 한복을 입은 탤런트 최진실과 최진영 남매를 선보였다.
북한 사투리 `반갑습네다'를 연상시키는 광고카피 `반갑습니다~반갑습니다'와 분홍색 진달래가 눈에 띄었던 광고다.
때마침 세간의 화제가 된 영화 `공동경비교? 역 JSA'를 본뜬 것도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CF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의 상징인 판문점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비바람이 치는 날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남북 헌병의 얼굴이 굳어있다.
이 때 어디선가 개구리가 나타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개굴개굴 울어댄다. 곁눈질로 개구리를 쳐다보다가 다른 헌병과 교대하고 돌아선 병사들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CF는 영화의 인기 덕분에 덩달아 관심을 끌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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