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방이 빠진 태극 군단은 이 빠진 호랑이? 역대 국가대항전에서 난공불락의 위세를 떨친 한국 대표팀의 전형적인 진용은 `4인방(이창호ㆍ조훈현ㆍ유창혁ㆍ서봉수)+1'이다. 하지만 1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하는 `제2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의 한국 출전팀은 `2인방(이창호ㆍ조훈현)+3(최명훈ㆍ목진석ㆍ최철한)'이다. 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에서 9연승의 신화를 이룩한 `야생마' 서봉수 9단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 국내 선발과정에서 탈락, 이례적으로 `새 얼굴'중심으로 진용이 짜여졌다. 덕분에 중국과 일본 기사들은 오랜만에 `공한증(恐韓症)'의 망령에서 벗어날 기회를 만났다.진로배(1992~96년)와 지난해 농심배까지 역대 국가대항전을 싹쓸이 해 온 한국바둑이 과연 새로운 진용으로도 정상의 권좌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농심배는 한ㆍ중ㆍ일 3국에서 각각 5명의 최정예 기사들이 출전, 승자가 상대를 바꿔가며 싸우는 연승전(連勝戰) 방식으로 단체우승을 다투는 대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여느 국제기전과 달리 대표선수단이 출전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루기 때문에 각국의 전반적 기력을 체크할 수 있는 무대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국제무8?대에서 아직 실력을 검증받지 못한 우리 신예바둑이 중ㆍ일 정벌에 나선다는 점에서 새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유ㆍ서의 탈락으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패기와 기세 면에선 어느 때보다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우선 1번 타자로 나올 것이 확실시되는 막내 최철한(15) 3단의 선전이 기대된다. 조훈현ㆍ이창호ㆍ조혜연에 이어 역대 4위의 최연소 입단기록(12세 2개월)을 갖고 있는 최 3단은 올초 국수위를 쟁취하며 승승장구하던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을 제12기 기성전 2차 예선에서 가볍게 제압,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기며 `겁 없는 10대'로 떠올랐다. 그는 이번 농심배 국내 선발전에서도 거함 유창혁 9단과 신예강호 이현욱 4단을 잇따라 침몰시키며 6연승으로 당당히 출전티켓을 따냈으며 다승 및 승률 기록에서도 이세돌ㆍ이창호와 선두를 다툴 정도로 올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일본 후지쓰배에서 3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반상의 괴동' 목진석(20) 5단, 이창호에 버금가는 수읽기와 계산바둑으로 정평이 난 `차세대 선두주자' 최명훈(25) 7단이 가세, 평소 실력만 발휘해준다면 한국팀은 의외로 손쉽게 초반부터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대표선수단에 포함된 신예 3명은 국제대회 경험이 다소 부족한 게 흠이지만 기력 면에선 중국, 일본의 최정상급 못지 않다”며 “게다가 조훈현 이창호가 마지막에 버티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국에 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러바이스배와 천원을 쥐고 있는 `1인자' 창하오(常昊) 9단을 위시해 올해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우~m 자 위빈(兪斌) 9단, NEC배 보유자 샤오웨이강(邵?剛) 9단, `6소룡'으로 불리는 신예강호 류징(劉菁) 7단과 위핑(余平) 6단 등을 주축으로 최강 진용을 형성했다. 95년 3회 진로배 때 유창혁을 깨며 파란을 일으킨 류징과 컴퓨터 프로그래머로도 활동중인 위핑이 비교적 외부에 전력 노출이 안된 신병기. 서열상 둘 중 한명이 첫 타자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세의 대표주자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일본은 `대마킬러'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 `우주류'의 대가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 기세이(棋聖)를 지낸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 일본랭킹 3위 혼인보(本因坊) 보유자 왕밍완(王銘琬) 9단, 랭킹5위 고세이(碁聖) 보유자 야마시다 게이고(山下敬吾) 7단 등 신구의 조화를 이룬 호화진용으로 `한국 타도'에 나선다. 대만 출신의 왕 9단이 한국 바둑에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다크호스인 야마시다의 경우 지난해 농심배에서 1번 타자로 나와 목진석한테 패한 전력이 있어 신예싸움에선 우리가 한 수 위라는 평.
한편 농심배는 이번 대회부터 총상금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우승상금은 1억 2,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연승상금도 신설, 3연승시 1,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1승당 1,000만원씩 추가(10연승의 경우 1억원 지급)키로 해 선수 개인의 승수쌓기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원은 1차대회(17~20일 베이징) 2차대회(11월 26일~12월 1일 서울), 3차대회(2001년 1월 14~22일 중국 상하이)의 전 대국실황을 인터넷 자회사 세계사이버기원(www.cyberkiwon.co.kr)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변형섭기자 8?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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