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나 축배의 뒷끝은 허전하다. 환호와 덕담이 넘칠수록 치워야할 접시와 술잔은 많아진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20일 서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가 열려 국가적으로 잔치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분위기와 삶의 현실이 다르면 배반감은 더욱 커지는 법. 주가가 한때 국민의 정부 출범일의 종가(516.38)는 물론 500선 밑으로까지 허물어지면서 자금 및 금융시장엔 스산함마저 감돈다.관건은 16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중동정상회담 결과다.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과 일부 기술주들의 실적호전, 유가 급등세 둔화 등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사상 두번째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노벨상 효과도 기대돼 새날에의 희망을 갖게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지뢰밭이다. 중동-미국-유럽-동남아로 이어지는 연쇄적 정치ㆍ금융 불안의 고리 때문에 투자자들의 패닉심리를 진정시킬 정책수단을 찾기도 힘들다.
17일 당정회의에서 예금부분보장제 한도가 최종 결정되면 금융권 재편이 본격적인 도마에 오르고, 200여개에 달하는 부실기업 판정대상 기업의 생사도 경각에 달렸다. 19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은행 및 기업의 부실원인과 정부의 정책혼선을 난타할 것으로 보여, 관련 당사자들은 한바탕 곤욕을 치뤄야할 것 같다.
18일엔 4?평양에서 2차 남북경협실무접촉이 열려 이중과세방지 투자보장 외에 상사분쟁조정과 청산결제를 위한 협정초안을 논의한다.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입을 봉하고 있는 북한의 속내와 의도가 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궁금하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