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의 중재로 타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당초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내걸며 기싸움을 벌이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4일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제안한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 바라크 총리, 아라파트 수반, 무바라크 대통령,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참가하는 6자 회담 형식으로 열릴 회담에선 사태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한 폭력중단 및 진상조사 방안들이 심도 깊게 논의될 예정이다.
15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대동하고 이집트로 떠날 예정인 클린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측의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난 사무총장도 “이것은 마지막 기회”라면서 “꼭 성공해야 하며 실패할 여유가 없다”며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이 이번 회담이?? 수락한 것은 무엇보다 필사적인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과 압력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의 경우 자칫 아랍권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다 쏟아지는 외국의 비난속에 국제적 미아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팔레스타인 역시 패배가 뻔한 전쟁에서 남는 것은 상처뿐인 자존심이고 자치 지구내 경제난도 지난 유혈사태 기간 중에 최악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전쟁이라는 최후수단으로도 절대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양측 모두 벼랑끝에 몰리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 계산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이끌어 낼 수 있는 합의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을 전망이다. 바라크 총리나 아라파트 수반 모두 상호불신에 가득 찬 상태이고 주전론이 앞서는 각각의 국내여론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참석을 수락한 이후에도 이스라엘 TV방송들은 지난 12일 이스라엘 병사의 피살장면을 계속 내보내며 항전의지를 다지고 있고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인들도 “무기만이 영원하다”라고 외치며 정상회담 자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임수로 몰아부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도 “지난 2주간의 끔찍한 사태로 양측의 긴장이 첨예하기에 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고 어렵다”고 밝혀 대화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성과는 이번 유혈사태 봉합이라는 한시적 미봉책에 그칠 뿐, 항구적 평화를 위한 중동평화협상의 재개가능성은 상당기간 냉각기를 거친 후에야 다시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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