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을 가리고 달리는 차는 잠재적인 뺑소니차이고, 난폭운전의 주범입니다.” 2년째 번호판을 가린 차를 사진에 담고있는 임상국(林相國ㆍ40ㆍ감리교 신학대 구약학과)교수의 생각은 단호하다. “음주운전이나 차선위반 등은 선진국에도 있지만 번호판을 가리고 운전하는 사례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의도적인 범죄행위”라고 잘라 말한다.2년 동안 500여대가 넘는 위반차량을 찍어 오면서 목격한 수법도 다양했다. 고무로프로 친친 감아 가리는 것이 가장 많지만, 이외에도 뒤에서 안보이게 안쪽으로 찌그러트리기, 먼지로 덧씌우기, 숫자하나 뜯어내기 등 각양각색이었다.
임 교수는 도로에서 번호판을 가린 차를 발견하면 따라가서 먼저 사진을 찍어 증거를 확보한다. 그런 다음 그 자리에서 시정을 명령한다.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고치지만 `당신이 경찰이냐'며 상소리를 해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럴 땐 경찰에 고발하죠.”
임 교수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인천의 집에서 서울의 학교까지 통근하면서 끔찍한 경험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화물차들이 경인고속도로를 하도 난폭하게 달려 죽음의 공포를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차들을 신고하고 싶어도 대부분이 번호판을 가리고 있어 신고도 불가능했다.
임 교수는 “단속이 쉬운데도 경찰이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물차들은 대부분이 등록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업체를 단속하면 되고, 또 고속도로 화물차 전용 휴게소나 화물터미널에 경찰 한 두 명만 배치하면 대부분 단속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임 교수는 “번호판을 가린 차량이 사고를 내면 `익명성의 유혹'을 받아 뺑소니를 치게 됩니다. 따라서 그들을 단속하는 일은 더 큰 죄악으로 떨어질 유혹으로부터 그들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갓길 운행하는 차량들을 찍어서 고발하기 위해 캠코더도 장만했다. 또 선진국처럼 야광 번호판 달기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교통문화선진화를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 신고 정신이 필요하다는 임 교수는 “교통법규위반 신고 보상제를 실시한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이미 수억원 벌어놓은 부자”라며 웃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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