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이 외국계 은행으로 이동하기 시작, 국내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정부가 논란 끝에 예금부분보장제를 내년 1월 시행키로 결정하자 국내 은행에 불안을 느낀 고액 예금주들이 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14일 오전 분당 신도시 내 서현 삼성플라자옆 HSBC 분당지점. 100여평의 지점 내에 마련된 2개의 VIP룸과 3개의 영업장 상담석이 고객들로 꽉 찼다.
오화경(吳華卿) 지점장은 “8월19일 분당점을 연 지 2개월도 안돼 잔액 기준으로 800억원의 수신고를 올렸다”며 “인근의 웬만한 국내 은행 지점 중 2~3년 된 지점의 실적과 비슷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예금부분보장제 시행키로 한 이후 예금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부산시 중구 대창동의 한 건물 8층에 자리하고 있던 HSBC 부산지점은 11일 부산역 옆 삼성화재빌딩 1층으로 이전하면서 부산지역 기업과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략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종덕(洪鍾德) 지점장은 “올 1월 100억원 대이던 총수신이 8월말 200억원대로 올라선데 이어 9월에는 3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수신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총 수신규모가 400억원 대에 달해 올해 수신 증가율이 4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HSBC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연내에 서초동과 방배동에도 지점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도 예금부분보장제의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 전국에 12개 지점을 거느린 씨티은행의 총 수신은 지난해 말 4조3,934억원이었으나 올들어 8월에 5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매월 1,000억원 규모씩 늘어나고 있다.
씨티은행이 지난달 19일 개설한 분당지점은 보름 만에 수신 실적이 인근 국내은행 지점 3~4개를 합친 규모에 달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에 따라 내년에 일산지점 등을 신설하고 지방 대도시에도 추가로 지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인 H은행의 강남지점 김모(45) 지점장은 “기존 고객 가운데 약 3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들은 `국내은행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하다'며 대부분 외국계은행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내년 1월 단행될 예금부분보장제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외국계 은행”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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