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에 얼음을 띄운 물이 가득 담겨있다. 얼음이 다 녹으면 컵 바깥으로 물이 얼마나 넘칠까?넘치지 않는다. 얼음은 물보다 비중이 작아 물 위로 일부가 떠오른다. 그러나 얼음이 녹은 물의 부피는 녹기 전 얼음이 물에 잠긴 만큼의 부피와 똑같다. 그래서 얼음이 녹아도 컵에서 물의 높이는 변함없다.
^얼음의 비중은 물의 0.917배. 즉 같은 무게의 물과 얼음의 부피를 비교하면 얼음의 부피가 물보다 9%정도 더 크다. 그래서 얼음의 91%가 물 속에 잠기고 나머지 9%가 물 밖에 나와있다.
20세기에 들어 지구 온난화현상이 가속돼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물컵에 떠 있는 얼음이 녹더라도 물의 높이는 안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닷물에 떠있는 빙하는 녹더라도 해수면의 높이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땅 위에 닿아있는 빙산의 얼음이 녹아내리면 해수면은 올라간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비중이 감소한다. 그런데 물의 경우에는 섭씨 0도부터 온도가 높아지면 비중이 오히려 증가해 섭씨 4도에서 가장 커지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 다시 감소한다.
이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추운 겨울 호수가 표면부터 어는 이유가 바로 섭씨 4도 때 물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겨울에 기온이 내려가면 호수의 표면 물부터 온도가 내려가는데 표면 물의 온도가 섭씨 4도가 되면 비중이 가장 커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래서 호숫물 전체가 4도로 낮아져야 비로소 호수 표면부터 얼기 시작한다. 표면이 언 위에 눈까지 덮이면 그 아래의 호숫물은 열이 뺏기지 않고 섭씨 4도로 유지된다. 물고기들이 추운 겨울에도 살 수 있는 것이 이 덕분이다. 만일 얼음의 비중이 물보다 컸다면 호수 표면의 물이 어는 즉시 가라앉아 곧 호숫물 전체가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북극과 남극 주위를 넓게 덮고 있는 빙하는 지구에 쪼이는 태양열 중 상당 부분을 반사, 지구 바깥으로 내보낸다. 만일 얼음의 비중이 물보다 커 북극과 남극의 얼음도 모두 바다 속에 있게 된다면 지구는 태양열을 반사하지 못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워졌을 것이다. 만일 그랬에? 더라면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 모습일지 궁금한 일이다.
차동우(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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