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차수)의 역사적 방미는 북한 정권 수립후 적대관계에 있던 북미양국이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물꼬를 텄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이번 조 부위원장의 4박 5일간의 방미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는 등 후속협상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문제와 현안을 논의하고 이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한다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미수교 관계상태인 북미양국이 사실상 정상적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마지막 절차로 보여 북미관계는 이제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실질적인 과정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북미관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조 부위원장의 방미가 북미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성과를 낳음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정세도 이제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돌입하게 됐다.
4?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가 정상궤도에 돌입하기위해서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양측이 3대현안이라 할 수 있는 핵, 미사일 및 테러지원국 해제문제에 대해 심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핵문제에 관해서는 1994년의 제네바 기본 합의에 따라 건설중인 북한 경수로사업의 지지 부진함에 대해 북한측은 이번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은 '위성대리 발사 조건부 미사일개발포기'라는 획기적 제안을 내놓았지만 위성대리발사에 대한 비용부담문제를 포함해 미사일의 수출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북측은 이번에도 여전히 `미사일개발은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며 `수출포기 조건부 금전보상'을 강하게 요구한 데 비해 미국측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북한이 먼저 가입한 후 이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팽팽히 맞섰다.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도 북측은 일본 적군파를 보호해온 명분을 의식, 조만간 이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미측이 적군파 추방조건을 강하게 요구해 결국 “반테러공동성명에 견해를 같이한다”는 선에서 합의, 공동성명에는 명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데 합의하고 앞으로 관계정상화를 도모해나간다는 데 합의한 것 자체만해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관계자의 분석이다.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사실상 적대국의 군사책임자인 조 부위원장이 군복을 입고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북미관계는 이제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한 만큼 남북관계의 걸맞는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oon@hk.co.kr
■북미 양측은 12일 발표된 북미공동성명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이른바 3대 현안인 핵,미사일,테러지원국 해제문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먼저 미사일 문제의 경우 처음으로 공동성명이라는 문서형태로 시험발사유예를 확약한 점은 진일보한 합의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4일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완화조치 발표에 발맞추어 '북미회담 지속시 시험발사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 6월 19일 미국이 제재완화조치를 이행하자 같은 달 2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으로 시험발사유예를 재확인하면서도 문서를 통한 약속은 계속 미루어왔었다. 미사일문제와 관련, 북측은 위성대리발사 조건부 개발포기'안을 내높고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위성대리발사 비용의 부담 문제와 미사일수출포기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견해가 맞서 그 이상의 합의는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미국부담으로 해줄 것과 수출을 포기할 경우 현금보상을 요구한 반면 미측은 위성발사 비용은 분담할 수 있으나 수출포기에 대해 현금보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기술통제제제(MTCR)에 가입해야만 추가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핵 문제의 경우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건설중인 신포 경수로 건설사업의 지지부진에 대해 북한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과 합의문에는 북한의 주장에 따라 '제네바 합의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공약과 노력을 배가할 것을 활약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반면 미국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접근이 유익했다'는 조항을 삽입, 유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추가사찰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는 6일 발표한 국제테러에 대한 북미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보호중인 적군파 문제에 대해 북한측이 조만간 적군파를 추방하고 곧바로 미국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한다는데 원칙적 합의를 보았으나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이 이를 문서화하는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 관계자는 북미,북일간의 비공개접촉을 통해 이 문제가 조용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북·미공동성명 정부반응
정부는 12일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곧 방문할 것이라는 북미간 합의 결과가 남북 관계의 진전과 한반도의 평화ㆍ안정에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보고 적극 환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 위원장의 방미 과정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까지 합의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혀 북미간의 이번 합의 내용이 정부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고위급의 만남을 통해 북미 관계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미측에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사안” 이라며 “북미 관계의 급진전으로 남북간의 화해ㆍ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북미가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 4자 회담이 유용한 방법임을 인정한 합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이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남북의 합의 결과를 인증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신 4자 회담' 구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이후 동북아 세력의 균형자로서의 미군 역할을 인정하고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향후 4자 회담은 지금까지 행태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7차례 열린 4자 회담은 북한의 주한 미군철수 및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주장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이 공동 코뮤니케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의해 한반도의 환경이 변했음을 인정한 대목 등이 4자 회담의 변화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또 이번 공동 코뮤니케에서는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선언 수준에 그쳤지만 ▦연락사무소 등 외교공관 개설문제 ▦테러지원국 해제 ▦미사일 개발 ▦주한미군 문제 등 북미간 핵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국무장관과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김 국방위원장과 `담판'하는 과정에서 북미 관계 현안에 대한 큰 틀의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은 향후 남북 관계가 안정기조 속에서 6ㆍ15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데 유리한 기반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북미간 적대관계 청산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여지는 한층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저리의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남북간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m . 이는 곧 남측이 북측과의 경협에서 부담해야 할 재정부담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페리 프로세스'에 따른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도 일정한 진전이 예상됨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위협이 줄어들 여지가 높아졌다는 점도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함께 국제적 안보위협의 제거가 필수적 요소인데 북미가 미사일 문제 등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관계는 그 만큼 해소 가능성이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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