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I초등학교의 하교길. 교문에서 쏟아져 나온 어린이들이 학교 담을 따라 빈틈없이 설치돼 있는 노상주차장의 들고나는 차들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동대문구 D초등학교에는 통학로에 보ㆍ차도 경계턱이 없어 어린이들이 차량과 뒤섞여 등ㆍ하교를 하고 있고, 관악구 N초등학교와 노원구 S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노상주차장과 불법 주ㆍ정차된 차량 사이로 위험천만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D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심지어 교문 앞에까지 버젓이 차들을 갖다대는 실정”이라며 “모두들 어린이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개탄했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ㆍ스쿨존)'이 오히려 교통사고의 사각지대가 돼가고 있다.
경찰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민주당 유재규(강원 홍천 횡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처음 시행된 1995년 786건이 발생한 후, 96년 951건, 97년 1,317건, 98년 1,334건, 99년 1,417건, 올해는 8월까지 888건이 발생,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친 어린이도 95년 324명에서 96년 397명, 97년 606명, 98년 590명, 지난해 634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으며 올들어서도 8월까지 벌써 365명이 교통사고 피해를 입었다.
스쿨존 안에서 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도 95년에는 4명이었지만 98년 19명, 99년 15명으로 4~5배가 증가했고, 올들어 8월까지 이미 11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유의원은 “어린이보호구역 규칙안에 따르면 통학로상에 보차도 경계턱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차도로만 돼 있는 통학로가 대부분”이라며 “또 스쿨존 내 차량 속도를 30㎞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미터간격으로 과속방지턱이 설치돼야 하는데, 대부분 과속방지턱이 2~3개에 불과하고 아예 없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보행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차에 탄채 당하는 사고의 3배에 이른다”면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존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전연대) 허 억(許 億ㆍ40) 간사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녹색신호등의 경우도 어린이 보행속도에 맞춰 초당 0.8m(일반신호등은 초당 1m)로 조정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규격에 맞지 않거나 관리 부실로 탈ㆍ변색된 과속방지턱은 야간과 악천후 때 오히려 교통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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