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만이라도 인간답게 살수만 있다면!서울 강남에서 금융투자업을 하고 있는 박모(37)씨는 지난 9월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투자이민을 떠났다가 한달 뒤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장기체류비자를 발급 받아 국내로 되돌아왔다.
생계형 아닌 삶의 질 추구
대부분 자영업자.전문직
“국내의 불안한 정치, 경제 상황과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한국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며 “몇 년 더 돈을 모은뒤 가족과 합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이민 대상국이 확대되면서 가족만 먼저 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국내에 남아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가장들이 늘고 있다.
박씨처럼 가족과 이민을 갔다가 혼자 돌아와 돈을 버는 이른바 `양다리 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이들은 과거처럼 먹고 살기가 어려워 떠나는 `생계형'이 아니라 국내에 살아도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 않은 가운데 삶의 질을 찾아 떠나는 `행복추구형' 이민자들이다.
대부분이 금융 또는 부동산 소득이 연간 1억원이 넘는 자영업자들인데 정치, 경제, 사회의 전반적인 부조리가 만연한 국내 풍토를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점점 더 정도를 벗어나고 있는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국내 학교에 맡길 수 없다는 공통된 이유를 꼽고 있다.
박씨는 투자이민에 필요한 80만 캐나다달러(약 6억5,000만원)의 개인재산중 3억5,000 m원을 연이율 1~2%에 5년 상환 예정으로 현지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주택 구입 등에 지출했다.
“살아 남기 위해 매일 바둥거려야 하는 이런 풍토 에서 애들을 키우며 살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돈 벌이가 짭짤해 혼자 몇 년 더 머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정모(42)씨도 올 초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들을 캐나다로 이민 보냈다.
정씨는 “50세까지만 일하고 외국으로 뜨겠다”며 “돈 벌이에 아쉬움은 없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외국으로 이민가는 게 낫다는 가족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알선업체인 서울 종로구 ㈜국제이주개발공사는 “90년대 중반부터 캐나다와 호주가 적극적으로 이민 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뉴질랜드도 문호를 개방, 이민신청자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를 넘고 있다”며 “특히 가족의 삶을 질을 선호하는 가치관이 만연하면서 벤처기업가 등 성공한 젊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이민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양다리 이민'의 붐과 함께 이민자수도 크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외교통상부에서 집계한 이민자수는 7,125명. 해마다 가을에 이민자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민자는 최소한 1만5,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만2,655명 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며 IMF 경제난이 한창이던 1998년의 1만3,974명을 넘는 수치다.
캐나다 이민의 경우 올해 6월말까지 4,301명에 이르러 지난해의 6,783명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재외국민이주과 김동연(50)과장은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이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특히 캐나다는 이민 신청자의 교육수준과 재정수준을 고려해 현지에 직업이 없더라도 가능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제이주개발공사 서일석(41)이사는 “캐나다는 이민자들에게 영주권을 준 뒤에도 고국에서의 경제활동을 허용하고 있어 양다리 이민을 부추키고 있다”며 “실제 캐나다 이민 신청자중 상당수가 가장은 국내에 남아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양다리 이민자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이주 컨설팅 ㈜아이에프씨 코리아의 박은숙(52)실장은 “과거 한달에 7~8건 정도에 머물던 이민상담이 요즘 평균 15건에 달한다”며 “과거 캐나다 영주권자의 경우 1년중 163일을 현지에서 거주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5년중 2년만 거주해도 되도록 법이 바뀔 예정이어서 양다리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90년대부터 적극적인 이민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 호주와 지난해부터 대폭 몬화를 개방한 뉴질랜드도 국내 경제활동 과외 병행이 가능한 양다리 이민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총 이민자수는 7,125명, 해마다 가을에 이민자수가 더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는 최소한 1만 5,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이민자수 1만2,655명을 이미 초과한 수치로, IMF경제난이 한창이던 1998년의 1만3,974명보다도 많다. 특히 캐나다 이민의 경우는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4,301명에 이르러 지난 1년의 이민자 6,783명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장래준기자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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