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장면에 우리옷 나와야"옷 빌려 입고 돈 받고. 언뜻 봐서 스타협찬은 패션업체가 밑지는 장사 같습니다. 전에는 연예인들이 “빌려 달라”고 접근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입어주는' 대가까지 받으니까요. 톱스타 반열의 그룹이나 개그맨들은 `의상제작비' 조로 수천만원까지 받습니다. 옷은 따로 만들고 로고만 붙여 입는 거죠. 그래도 업체들은 스타마케팅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매장에 나가 보면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어제 TV에 나왔던 걸로 주세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빈번하거든요.
스타마케팅의 과정은 치밀합니다. 새 드라마의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방송사 제작진과 함께 의상을 기획합니다. “주인공 몇 명, 장면의 몇%에 우리 옷이 찍히도록 한다”고 계약에 명시합니다. 업체 홍보실은 협찬 담당을 따로 둡니다. 한편 매니저처럼 연예인에게 전속된 코디네이터도 있지만 협찬을 전문적으로 맡는 프로모션업체의 코디네이터들도 있습니다. 업체에서 계절마다 샘플 옷을 박스째 싸보내면 코디네이터들이 잡지인터뷰 등 촬영 때 연예인에게 입힙니다. 자연히 코디네이터의 세력도 강해 업체 홍보실이 극진히 모셔야 합니다. 한번은 코디네이터가 고가 브랜드의 옷 수백만원 어치를 챙겨 종적을 감춘 ~m 미스런 일도 있었습니다. 요즘 `명품' 브랜드들은 가능한 한 코디네이터를 거치지 않고 연예인들과 `직거래'를 하는 게 관행입니다.
패션업체 협찬담당자와 코디네이터는 끈끈한 공생관계입니다. 연예인이 출연할 다음 드라마가 뭔지, 영화에서 맡게 될 역할은 뭔지 등등 연예가의 밑바닥 정보들을 귀동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변 스캔들도 수집합니다. 광고모델이나 협찬 계약을 맺은 연예인이 자칫 스캔들이라도 일으키면 브랜드로서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니까요. 화장품 최장수 전속 모델인 코리아나의 채시라도 과거 결혼 스캔들이 일었을 때 수개월간 광고를 중단했었습니다. 요즘은 김희선이 누드화보촬영 소송으로 시끄럽지만 워낙 `유행제조기'로 자리잡아 장기계약을 맺은 터라 당장 계약이 끊어질 같지는 않군요.
협찬한 옷은 대부분 샘플. 촬영 후 업체에 돌려주는 것이 관행입니다. 대신 연예인들에겐 계약료 외에 옷을 100만원어치쯤 주거나 할인 혜택을 줍니다. 그러나 때로 누구처럼 `절약정신이 투철한' 탤런트들은 돌려줘야 할 샘플용마저 알뜰하게 가져가곤 하는 걸로 소문나 있죠. 속을 끓이는 건 또 다시 협찬담당자입니다.
어디 옷뿐인가요. 고가의 수입가구, 1억원대의 여행상품, 벤처기업의 주식마저 스타들에게 협찬되는 세상입니다. 홍보를 위해서라면 뭔들 아깝겠습니까. 공짜에 익숙해진 스타는 온통 협찬받은 물건으로 집안꾸미기 솜씨를 자랑하는, 허구적 이미지를 가공하기도 합니다. 수백만원짜리를 공짜로 쓰면서, 퍼머값은 1,000원이라도 깎는다는 알뜰살림꾼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이미지는 그 연예인을 동경하는 주부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죠. 모두 위대한(?) 협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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