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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방형 임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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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방형 임용제

입력
200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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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은 1급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을 총괄하는 자리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민간인이 맡아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다가 몇달 전 그만 두었다. 그러자 기획예산처는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며 내부에서 임용했고, 1년 이내에 모집을 재공고키로 했다. 지난달 1차 공개 모집에서 민간인 3명, 2차에서는 1명만이 지원했었다.■정부는 IMF체제 진입 후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직사회에 시장원리를 도입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고위 공무원에 민간인을 기용하는 개방형 임용제다. 민간부문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 좀더 세련된 국제감각 등을 주입해 공무원 사회의 ‘철밥통’을 깨자는 것이다.

■올 2월 최초로 130개 직위가 민간인에게 문을 연 이후 임용이 끝난 것은 54개 자리다. 이 가운데 ‘순수’ 민간인이 차지한 것은 20%인 1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관료 출신들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전직 공무원 채용방식으로 변했거나, 내부 승진을 위해 겉치장을 한 셈이다. 정부개혁실장 자리는 개방형 임용제의 상징적인 핵심직이라는 점이나 공직사회의 부패 방지를 위해 개방한 중앙부처의 감사관 자리가 모두 내부에서 임용된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모 부처는 개방된 자리를 모두 내부 직원이 차지하기도 했다.

■기업·금융·노동·공공 4대 부문 개혁에서 가장 미진한 것이 공공이라는 점은 대통령도 인정할 정도다.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이를 언급하면서 공공부문의 개혁 가속화를 강조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개방형 임용제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공직사회가 얼마나 ‘닫힌 조직’인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국과의 경쟁력 비교에서 정부부문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왜 우수한 민간 인력들이 고위 공무원 자리를 기피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칼을 대기가 힘들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서라도 밝혀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변하지 않고서는 전반적 개혁이 어렵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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