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음반을 낼 때마다 꼭 `변신'을 선언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하는 거죠.”(박승화ㆍ31) 4집 `home'역시 편안하고 따뜻한 음악으로 채워온 `유리상자'의 첫마디는 이러했다. “평론가들을 위한 음악이 아니니까요.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은 항상 그런 음악을 원하거든요 ”(이세준ㆍ28)이들은 작위적인 변신에 대한 부담감을 완전히 벗어난 듯했다. 레게에서 힙합으로, 하드코어로 변신하는 식의 음악은 `발전'이라기보다는 `편승'이라고 했다. 그만큼 음악에 자신이 생겼다는 말이다. 본래 작사작곡을 직접 하지만 3집까지 전반적인 프로듀싱은 스타작곡가인 김형석이 맡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팬들이 우리가 만든 노래들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음반은 자신들이 프로듀싱을 맡고, 윤상의 곡을 몇 곡 넣었다. 편안한 스타일에 세련미를 가미한 것이다. 보사노바 스타일의 `비오는 날엔'도 이색적이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같은 곡을 계속 부르기 지겨워서 이런저런 스타일로 편곡했던 것이 생각났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변신'은 이 정도입니다. ”
`유리상자'라는 이름처럼 맑고 고운 발라드곡 `순애보'로 97년 데뷔한 이래, 이들은 `신부에게' `내게 주신 사랑'등, 언제나 한결 같은 음색으[]N~? 따뜻함과 편안함을 지켜 왔다. 어딜 봐도 모난 데 없는 이지리스닝 스타일에, 슬픔마저도 맑고 잔잔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들의 콘서트는 유독 연인들, 특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공연 3~4일 전에는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맑고, 착하고, 예쁜 이미지는 어디서나 통한다. 현재 각 방송사에 4집 곡들을 심의신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첫 인상이 단정해서인지 똑 같은 노란 머리라도 저희에게는 아무 간섭도 않더라구요.”
대개 남성듀오는 강약이 조화되게 마련이지만 이들의 음색은 하나같이 여리고 곱다. 사실 93년 솔로 데뷔한 박승화의 원래 음색은 안치환처럼 박력있고 거친 스타일이었다. “그때는 나름대로 `유행'을 따랐던 것 같아요. 유리상자를 결성하면서 제게 맞는 음색을 찾게 됐죠.”
박승화는 태권도 4단으로 원래 태권도 사범이었다. 우연히 라이브카페에서 통기타를 잡아 본 후 인생이 바뀐 것이다. 이세준도 스포츠신문 기자가 꿈이었다가 소문난 노래실력으로 가수로 발탁되었다. “그래서 저희도 처음에는 `유리상자'라는 이름이 스스로도 민망할 정도였지요”건장한 두 남자가 `유리상자'라고 하니, 데뷔 초에는 듣는 사람마다 어색해 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유리상자'가 된 이들은 앞으로도 맑고 편안한 이지리스닝 팝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 음악이 21세기랑 안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딘가는 그런 음악이 하나쯤은 있어야겠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유리상자'이고 싶습니다. ”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