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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원서, 성차별의 시작?

입력
200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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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한 민영방송사에 PD직으로 입사한 홍모(31)씨. 당시 기혼녀로 8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었던 그가 무사히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인신고를 미루었던 덕분이었다. 입사 후 그의 기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혀졌다.그 다음 해부터 이 방송사의 입사 원서에는 `결혼하셨습니까?'란 항목이 새로 생겼다.

여자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첫 관문인 입사원서, 이력서에서부터 차별은 시작된다. 사진 부착에서 몸무게, 키, 재산정도, 가족배경까지 개인의 신상을 시시콜콜 요구하는 입사원서는 선별의 기준이라기보다 오히려 차별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업무에 적합한 인물을 뽑는 것이 최대의 관건인 외국의 경우 사진부착이나 개인의 신상을 묻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이력서에는 대신 경력이나 자격 등 업무에의 적합성을 설명하는 항목이 중시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실시한 `내가 만드는 입사원서' 공모전은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낳는 입사원서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다.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여성차별개선실 조진우 과장은 “기업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 자격을 남자로 제한하거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는 용모, 키, 체중, 4m 혼조건 등을 요구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불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입사원서에는 여전히 이런 내용을 기재하게 해 내부적인 차별기준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입증하기도, 제재하기 어려운 편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해 하반기 구직활동을 하는 대학교 4학년 여학생 4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8.6%가 모집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대답을 했다.

이들이 주로 차별을 느끼는 항목은 복수응답에 따라 신체 용모가 50.2%, 직종제한이 48%, 연령제한이 39.6% 등이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태홍 연구원은 “모집과정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진부착과 나이, 성별 등을 추정하게 하는 주민등록번호, 신체조건 등 항목을 없애야 한다.

또 지역 차별이 될 수 있는 호적기입, 가족관계, 재산 등을 삭제하는 대신 그 사람의 업무 적합성을 판별할 수 있는 항목이 기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원서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 형태가 면접에서도 일어난다.

한국여성민우회 서민자 간사는 “여성지원자에게는 `결혼해도 회사를 계속 다니겠는가?' `야근은 할 수 있겠느냐?' 등 부정적인 질문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전의 대규모 공채시험 대신 이력서, 면접 등에 더 크게 의존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민우회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25일 `평등한 모집채용 모델 만들기'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취업가이드 '이런 이력서는 금물'

인사담당자의 눈이 한 사람의 이력서에 머무는 시간은 10초 내외이다. 담당자가 이력서의 세 줄 이상을 읽고 있다면 그 이력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로 감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부 여성취업가이드에 나온 `이런 이력서는 금물'을 소개한다.

1. 이력서 쓸 때만 겸손해지는 사람

전공이나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장학금 수혜, 교내 수상경력 등은 빼지 말고 기술하라. 아르바이트 경험과 봉사 활동도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빼놓지 않는다.

2. 이력서 쓸 때만 물자절약하는 사람

틀린 글자가 있으면 수정액을 사용하지 말고 재출력하도록 한다.

3. 한자 옥편 절대 안 보는 사람

한자와 영어는 정확하게 써야 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사전을 찾아본다.

4. 책 사이에 이력서 끼워넣고 다니는 사람

서류는 구겨지면 안되므로 비닐 홀더 또는 파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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