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왜 군복차림으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만났을까. 양복을 입고 방미 일정을 소화하던 조 부위원장이 10일 백악관에 들어가기 직전 국무부 한 사무실에서 서둘러 인민군 정장으로 갈아 입었다.양복 차림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상견례를 가진 직후였다. 그의 인민군 정장 차림에는 모종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조 부위원장은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 날 오찬에서 양복 차림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오찬사를 읽어 남북 화해무드에 군부도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조 부위원장이 미국 최고지도자와의 만남에서 군복을 갖춘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온 자신의 공식 파트너는 클린턴 대통령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평상복 차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조 부위원장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국무장관과의 실무회담이나 만찬 등에 평상복 차림으로 참여, 일종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워싱턴 방문 목적을 분명히 하는 데도 군복 차림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강력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에 왔고, 군부도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제스쳐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사일과 핵 문제가 심도 있게 거론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북한 군부의 지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대립으로 시작된 50년간의 적대 관계 개선을 위해 군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몸짓이라는 것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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