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이 기록적인 규모로 확대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남미의 인구 밀집 도시를 강타,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지금껏 남극과 그 일대 해역 상공에만 있는 것으로 믿었던 오존 홀(Ozone Hole)은 9~10일 남미 최남단인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와 인접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까지 확산, 시민들이 다량의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됐다.
남극의 인기 관광도시인 이곳에 노출된 자외선 수준은 단 7분만 쐬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이들 지역의 관계당국은 이날 4단계 오존경보 중 2번째로 높은 `오렌지' 경보를 발동, 외출시 진하게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 선글라스, 긴 소매 옷을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자외선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외출을 삼가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9월 이후 남극의 오존 홀 면적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3일 남극 대륙의 2배, 미국 국토의 3배가 넘는 2,844만㎢였던 오존 구멍이 10일에는 2,918만㎢로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최근 보고서에서 “7월 들어 오존이 고갈되기 시작, 현재는 오존 농도가 1964~1976년 평균치 보다 50~70%나 낮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오존 구멍은 8월말에서 9월초에 나타나기 시작, 10월 1~2주에 절정에 달한 후 서서히 소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오존 홀 면적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세로로 확장, 인구 밀집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남극연구단체의 딘 피터슨 박사는 “오존 구멍이 옆으로 퍼지면서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오존의 손가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경우 아르헨티나는 물론, 남미 일부, 호주, 뉴질랜드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존층이 무너지면 다량의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면까지 침투, 피부암을 유발하고 먹이연쇄의 출발점이 되는 식물의 성장이 저해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존층 구멍이 넓어진 이유에 대해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염소 브롬 등 오존 파괴물질의 방출이 줄고 있지만 오존이 존재하는 성층권에는 이미 방출된 오염 물질이 상승, 두텁게 농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WMO는 “오존층이 완전히 복구되려면 최소한 5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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