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제작된 오시마 나기사의 문제의 영화 `감각의 제국' 은 한국에서 개봉되는 데 24년이 걸렸다. 그것도 10여분을 삭제한 뒤에야 가능했다. `일탈적 성'에 대한 감독의 갈망은 `감각의 제국' 이 외설시비로 법정에 오른 뒤에도 식을 줄 몰랐다. 2년 후 그는 `열정의 제국' 을 만들었다.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가 21일 국내 개봉된다.`열정의 제국'은 나카무라 이토코의 소설 `타카시 니카슈카, 땅을 일군 삼대' 라는 소설집에 들어 있는 `인력거꾼, 기사부로 살인사건' 이 원작이다. “벗어날 수 없는 사랑에 목메인 다양한 군상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다” 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사랑이라는 치명상을 입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늙은 인력거꾼 기사부로는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 아내를 사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어느날, 군대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온 청년 토요지 (후지 타츠야)는 세키 (요시유키 카츠코)를 사랑하게 되고, 둘은 은밀한 관계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기사부로를 죽여 우물에 버린 지 3년,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귀신이 된 기사부로의 꿈을 꾸었다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난다.
파멸이라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두 사람의 감정, 불행한 결말은 `치정극' 흐름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일반적인 ?치정극에 가깝다. 죽도록 고문을 당하다가 “내가 혼자 죽였다”고 서로 죄를 뒤집어 쓰려는 자기 희생적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기보이지만 내적 욕망이 치열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독의 시선은 자연의 한 구성체로서의 인간, 도덕률이 아닌 본성의 법칙을 따르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드러낸다. 백치인 토요지의 동생이 마을에서 자연스런 일원으로 살아가듯, 그저 본성대로 몸을 섞는 것 역시 사람의 법칙임을 영화는 은연중에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열정도 세월이 지나면 삭는 것일까. 22년이 지난 영화가 낡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