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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여인' 송혜교 - "슬픈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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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여인' 송혜교 - "슬픈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입력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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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만난 송혜교 (20) 는 차분하고 얌전한 가을 여인이 되어 있었다. '순풍산부인과'의 귀엽다 못해 철없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은 떠올리기 힘들 정도였다. “원래 성격이 그래요. 별로 말도 없고, 낯도 많이 가려요.”KBS 미니시리즈 `가을동화' 의 여주인공 은서는 뒤바뀐 출생을 찾아 국밥집 딸로 꿋꿋하게 살아오다 `오빠 아닌 오빠' 준서와 슬픈 사랑의 감정만을 지닌 채 불치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송혜교의 캐스팅은 사실 좀 의외였다.

하지만 윤석호 PD는 확신이 있었다. “당돌하고 수다스러운 순풍의 `혜교' 에게서 여리고 수줍은 성격을 봤지요.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 대신 성숙한 여인의 색깔을 입힐 겁니다. ”

애잔한 눈빛과 섬세한 손길, 백지장 같은 얼굴에 도르르 흐르는 맑은 눈물. `가을 동화' 의 송혜교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보살펴 주고 싶은 여인' 으로 기억될 것” 이라는 윤 PD의 말대로, 시청자들은 이제 그를 성숙한 여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순풍 때는 항상 `동생삼고 싶다'는 팬레터가 많았었어요. 특히 군인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속사포 같은 빠른 말투였다. “순풍은 시트콤이니까 말을 빨리 해야 하잖아요.

여기서는 한마디 한마디에 천천히 여운을 남겨야 하니까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대사를 할 때는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버릇을 붙였다. “저녁은 가능하면 안 먹고, 평소에도 신경 많이 써요. 드라마 진행될수록 살을 더 많이 빼야 할 것 같아요 ”

수채화 같이 맑고 담백한 화면에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선율, 언제나 닿을 듯 말 듯 안타까움을 남기는 애틋한 감정으로 `가을동화' 는 시청률 30%를 훌쩍 넘었다.

어찌 보면 연기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드라마이다. 송혜교 스스로도 그 점을 감지하고 있는 듯 하다. “기본적인 연기는 `순풍산부인과' 의 선배님들에게 배워요. 우는 역할이 많으니까 슬픈 순정만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순정만화 얘기가 나오니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원수연의 `풀하우스' 를 좋아한다고 했다. 스스로의 성격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같다고 했다. 밥보다도 순정만화를 좋아하지만 드라마 때문에 바빠 학교 (세종대 영상예술학과 1학년)도 못 나가는 상황이니 만화책 보기는 꿈만 같은 일이다.

얼마전 KBS `뮤직뱅크' MC도 그만뒀고, 종영을 앞둔 순풍산부인과의 스케줄도 `가을동화'에 맞춰 조절했다. “슬픈 사랑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진짜 실감나는 연기를 할 수 있겠죠?”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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