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문제의 국민투표 회부'를 언급한 대목이 여진을 남기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미래에 그럴 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불과하다”고 축소 해석을 했으나 한나라당은 혹시 있을 지 모를 `복선'을 경계했다.▲청와대 "먼 훗날의 얘기"
박준영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수사(修辭)를 현실과 구분해야 한다”며 의미부여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이회창 총재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관련한 합의에 국민적 동의가 없었다고 지적하자, 김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 아래 남북문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 국민투표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 수석실 관계자들은 “시나리오 상으로도 준비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남북문제를 독단적으로 이끌고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 특정한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설령 통일방안을 국민에 묻는다해도 그것은 먼 훗날의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관계는 신뢰가 구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게임의 요소가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가변성,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마당에 국민투표는 오히려 선택의 제약? 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일방안이 현안으로 등장, 국론결집의 필요가 있을 때 국민투표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남북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열리고 평화협정 체결이 논의되는 단계에 가야 통일방안이 이슈화하겠지만, 김 대통령이 그런 상황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그래도 혹시..."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의 `남북문제 국민투표' 언급과 관련, 이렇다할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의 발언을 정색하고 문제 삼는 게 영수회담후의 분위기를 흐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이다.
그렇지만 이날 아침과 낮 이회창 총재가 마련한, 영수회담 결과 설명을 위한 당 지도위원 및 고문단 회동에선 김 대통령의 `저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의 언급은 의도되거나 준비된 것이라기 보다 남북문제에 관한 (나의) 압박이 계속되자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란 의미에서 한 말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으나, 대다수 참석자들은 “우연히 한 말이 아니라 전술.전략적 발언일 수 있다.
연방제나 연합제를 언젠가 국민투표로 밀어붙일지 모르니 당 차원에서 정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 총재는 “설사 그런 저의가 있다 해도 지금은 의도된 발언이 아닌 것으로 해 놓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별로 득될 게 없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영수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문제의 국민투표 회부'를 언급한 대목이 여진을 남기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미래에 그럴 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불과하다”고 축소 해석을 했으나 한나라당은 혹시 있을 지 모를 `복선'을 경계했다.
▲통일부 "정면돌파 의지" "미래 가정" 분분
통일부 실무진과 전문가들은 남북문제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을 두 갈래로 풀이한다.
첫 갈래는 야당이 발목잡기식으로 대북정책을 비판할 경우 국민의 의사를 묻는 방법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발언이 대북문제와 관련한 이회창 총재의 공세적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정한 발언으로 보는 견해다. 국가보안법 개폐, 헌법의 영토조항에 대한 국민의 의사등을 묻는 시나리오다.
또 남북이 통일방안에 합의, 이를 국민이 추인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남측의 국가연합방안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북측의 방안이 기본적으로 고려연방제안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국민투표로 처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김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상황보다는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같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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