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7시께 서울 E구청 보건소앞. 할아버지ㆍ할머니 등 주민들이 장사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이 길어져 오전 10시께에는 구청정문에서 수십미터나 밀려났다. 올해 독감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경고에다 동네의원들의 `무기한 총파업' 때문에 생겨난 `독감접종라인'이었다. 2시간을 기다린끝에 접종을 받은 임모(69·여)할머니는 “(독감에) 걸리면 엄청 고생한다는데 어쩌겠어. 병원도 언제 문을 열지 모르는데…”라고 말했다.서울시에 따르면 전날인 9일에는 시내 21개 보건소마다 예년보다 50%이상 많은 1,000~5,000명의 접종신청자가 몰려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상당수 보건소에서는 예방백신이 동이 나는 바람에 항의사태가 빚어졌다.
아침식사도 거른 주민들의 고생은 보건당국의 `대안없는 엄포'와 의료기관의 폐·파업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달말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금년에 독감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0월부터 11월중순 사이 노약자와 어린~? ,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바로 일주일뒤 벌어질 의료계 파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도리어 예방백신의 상당량을 동네의원에 배당하기까지 했다. 의료계 역시 백신은 백신대로 받아놓고 걱정하는 노인들을 향해 문을 걸어잠가 진료에 이어 예방도 거부했다.
동네의원이 11일부터 정상화하면 `접종대란'은 일시적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수일간 보건소에서 벌어졌던 풍경은 무책임한 정부와 의료계 틈바구니에 낀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치료도, 예방도 안되는 `이중 독감' 사태는 의약분업시대에 맞지 않는다.
김진각사회부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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