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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 페스티벌 리뷰 / '오페라붐' 되레 식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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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 페스티벌 리뷰 / '오페라붐' 되레 식히지 않을까

입력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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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남들이 너그럽게 봐주는 편이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러나 3년째라면 매서운 비판도 각오해야 한다. 예술의전당과 외부 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하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도 그러하다.지난달 1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올해 페스티벌의 작품은 윤이상의 `심청',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아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네 편이다. 13일 첫 공연을 앞둔 `심청' 이야 두고 봐야 겠지만, 이미 선보인 세 편 중 `아이다'와 `피가로의 결혼'은 실망스럽다. 98, 99년 두 해 동안 이 축제가 불러일으킨 관심과 오페라 붐이 오히려 식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게 앞으로 과제이겠다 싶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 재미있고 복잡한 줄거리와 앙상블에 각별한 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이번 공연은 이 오페라의 아기자기한 감칠맛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신경욱의 연출은 특징 없이 밋밋한 느낌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락날락 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이, 가수들은 일렬로 앞을 보고 서서 노래할 뿐이다.

이 공연에서 `인상적인 것'은 허술한 무대세트와 일부? 주역의 거친 노래다. 초라한 세트는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의상과 부조화를 일으켰다. 백작부인 역 김인혜의 노래는 거칠어서 백작부인의 기품을 살리지 못했다. 수잔나 이은순도 귀족을 골탕 먹이는 꾀 많고 여우같은 하녀를 그려내기엔 부족했다. 몸에 익은 자연스런 연기와 멋진 노래를 보여준 피가로 역 연광철이 홀로 돋보였다.

국제오페라단이 제작한 `아이다'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오페라단이 96년에도 이번과 같은 잠파올로 젠나로의 연출ㆍ무대디자인으로 공연했던 작품이다. 같은 작품을 다시 올릴 때는 더 나아져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다.

아이다는 대단히 규모가 큰 작품이다. 많은 합창단과 연기자가 필요하고 무대장치도 화려하고 웅장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아이다를 하기엔 좁은 편인데, 가뜩이나 좁은 무대를 더욱 좁게 써서 갑갑해 보인다. 비좁은 무대에 음악과 어울리지도 않는 춤까지 가세해 안쓰럽다. 무대에 생동감이 적다. 가수들은 뻣뻣하게 서서 노래한다. 아이다 서혜연과 라다메스 김남두는 노래는 잘했지만 연기는 부족했다. 빈약한 합창도 공연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가장 장엄해야 할 2막 개선합창은 남성합창의 절대부족으로 여성합창처럼 들렸다.

'토스카'는 세 편 중 가장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가 살아있다. 세밀하게 계산된 연출(이소영), 간결하고 인상적인 무대디자인(박동우), 주역 가수들의 열연 덕분이다. 특히 바리톤 고성현의 스카르피아 역은 압권이다. 그가 그려내는 비열하고 탐욕스런 스카르피아는 관객의 미움을 사기에 족하다.

카바라도시 이현은 혼신의 열연을 보여줬다. 토스카 이지은은 좋은 목소리와 보기 드?문 훌륭한 연기력을 과시했으나, 토스카역이 요구하는 스핀토(찌르듯 강렬한 소리)에는 못미치는 게 아쉬웠다. 디자인 특히 2막 스카르피아 집무실 장면은 관객의 뇌리에 오래 남을 만하다. 비틀린 상자꼴 세트 안에 쏟아지는 차갑고 푸른 조명은 오페라의 비극적 결말을 예고한다.

▦아이다 14, 22일(출연 14일 김향란 김영환 배지연 여현구, 22일 김향란 김영환 김학남 장유상)

▦토스카 15, 20일(출연 이지은 배재철 박경준 고경일)

▦피가로의 결혼 18일(출연 강순원 배기남 김범진 신지화)

▦심청 13, 17, 21일(출연 13ㆍ21일 박미자 김동섭 김선정 이광희, 17일 이하영 김동섭 김선정 이광희). 평일ㆍ토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6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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