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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상회담' 北·美관계 새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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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상회담' 北·美관계 새章

입력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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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록-클린턴 회담 의미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10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북미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획기적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조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만큼 두 사람의 대좌는 기존의 북미관계 수준에 비춰 볼 때 사실상의 `정상회담'의 모양새로 비치기도 한다.

북미 관계가 이번 회동으로 빠른 시간내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네바 핵 합의 이행, 미사일 수출과 개발 문제,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등 현안들이 논의되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과 향후 수교 문제까지 북미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조 부위원장은 이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안내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앞서 조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은 국무부에서 만나 서로 상견례를 겸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조 부위원장은 9일 저녁 워싱턴에 도착, 백악관 인근의 메이플라워 호텔에 여장을 풀고 첫날 밤을 보냈다. 그는 호텔 현관 밖에서 기다리던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영접을 받았다.

셔먼 조정관은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조 부위원장도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조 부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호텔로 들어가려다 회담성공여부를 묻는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짤막하지만 확신있는 어조로 “네”라고 대답했다.

조 부위원장은 호텔 현관 양쪽에서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성화에 등을 반대쪽으로 돌리며 “여기서도 봐 달라는 데요”라고 말하는 등 시종 부드럽고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조 부위원장의 수행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방으로 올라갔다.

호텔측은 일반 투숙객들의 출입은 제한하지 않았지만 취재진, 특히 한국 특파원들에 대해서는 출입을 불허했으며 호텔 로비의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에도 감시원이 따라 붙는 등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날 오후 7시 6분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조 부위원장일행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 국무부의 양해아래 별도의 출구를 이용, 공항을 빠져나갔다. 조 부위원장은 공항귀빈실까지 마중 나온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등의 영접을 받았다.

조 부원장이 머무는 메이플라워 호텔 주변에는 한국특파원을 비롯 미국, 일본기자들 50여명이 진을 치고 취재에 열중했다.

한 미국기자는 크리스토퍼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을 기려 미국의 공휴일인 이날 조 부위원장이 도착한 것과 관련, “조 부위원장이 콜럼부스 데이에 역사적 방문을 시작해 공교롭게도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이주할 때 사용했던 배 이름을 딴 `메이플라워 호텔'에 머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회담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조명록 도착표정

미국은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 부위원장을 맞으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프랑크푸르트 공항 사건'을 의식한 탓인지 조 부위원장을 준 국가원수급에 해당하는 극진한 예우로 맞았다.

미국은 9일 오후 7시6분께 조 부위원장 일행이 탄 유나이티드항공(UA) 806편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착륙하자 국무부 직원의 기내영접에 이어 특별 셔틀버스로 공항 귀빈실로 이동,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메리 멜프렌치 국무부 의전담당 대사 등이 영접하는 등 파격적으로 대우했다.

조 부위원장 일행은 귀빈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근 유엔 주재 차석대사 등 북한 관계자들과 잠시 환담했으며 캐딜락, 리무진 등 미국측이 제공한 승용차 7대 편에 나눠 탄 뒤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가 요란한 경호차량 4대의 호위를 받으며 워싱턴 시내로 직행했다.

공항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우는 거의 국가원수 급에나 제공하는 드문 경우”라고 전했으며 이 바람에 일반 승객들과 함께 브리지를 통해 출국장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공항에서 조 부위원장 일행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보기 좋게 허탕을 쳤다.

조 부위원장 일행이 투숙한 메이플라워 호텔도 백악관에서 불과 4블록 밖에 떨어지지 않은 워싱턴 시내의 한복판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로? 국가원수급이 투숙하는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의 사정이 여의치 못할 때 대타로 이용되는 호텔이다.

한 소식통은 조 부위원장에 대한 전반적인 예우 수준과 관련, “그의 미국방문은 특별한 경우”라면서 북한이 적성국가이기 때문에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해 경호를 상당히 강화했다고 말했다.

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워싱턴 도착성명

본인은 클린턴 대통령과 중요한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위대한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에 왔다.

본인은 방문 기간에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비롯 약간의 다른 관리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새로운 세기로 접어든 이 역사적 시점에 한반도에 확산되고 있는 평화와 화해의 환경과 상응하는 새로운 단계로 조미(朝美)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양국 정부 앞에 놓여 있는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방문하는 동안 뿌리 깊고 오랜 불신을 제거하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키는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미국 지도부와 솔직한 논의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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