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영어와 스트레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영어와 스트레스

입력
2000.10.10 00:00
0 0

어느 시장님이 40대 과장 두 사람에게 승진조건으로 3개월 안에 텝스(TEPS) 400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과장에서 국장직무대리로 상위 보직을 받아 기분이 좋은 반면, 영어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990점 만점인 텝스에서 400점은 영어를 공부한다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런 점수는 아니다. 텝스보다 조금 쉽다는 토익(TOEIC)에서 우리나라 중고교 영어교사의 평균점수가 600점을 조금 넘는다고 하니 영어를 오랜기간 멀리했던 사람에겐 부담이다.■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시청 국장에게 텝스 400점이라는 영어수준이 그렇게도 중요한 승진조건이 되어야 할까. 시청의 국장은 업무상 하루 영어를 몇 단어나 쓰게 되며, 한해에 업무적으로 영어를 쓰는 외국인을 몇명이나 만나는 것일까. 외교관이나 국제관계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영어는 생명과 같지만, 행정서비스를 기획하고 감독하는 시청 국장의 업무에서 텝스가 390점이든 400점이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화 열풍이 사회를 휩쓸면서 영어 때문에 고생하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무척 많다. 취직은 물론 진급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토익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텝스라는 영어평가시험까지 나와 영어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은 더욱 머리가 복잡하다. 학교를 졸업한 후 오래 직장에만 묻혀 머리가 굳어지고 또 일년이 지나도 외국인과 영어대화를 몇번 할 기회가 없는 어른들에게 영어공부든 다른 외국어 공부든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세계적 추세로 볼때 국민의 영어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시청각교육 덕택인지 영어실력이 눈부시게 늘고 있다. 그렇지만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이런 영어교육의 문제점 못지 않게 안타까운 것은 영어실력이 실제업무와 큰 함수관계가 없는 머리굳은 어른들에게 영어실력을 요구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