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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쟁비용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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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쟁비용 너무 크다

입력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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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분쟁으로 들끓고 있다. 분쟁으로 날이 밝고 해가 진다. 환경관련 갈등, 금융, 호텔 등에서의 파업과 쟁의, 사학분규 등 무수한 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분쟁공화국이 되어 버린 것인가. 문제는 그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된 것도 타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분쟁이 없는 사회는 없다. 분쟁이 없는 사회는 사실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모든 분쟁이 비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종종 분쟁은 그 해결과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상처가 곪아터지게 하는 것이 오히려 속으로 곪아 들어가는 것을 막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분쟁은 그것이 제대로 해결될 수만 있다면 자기혁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에 비해 훨씬 더 높은 행정분쟁의 빈도와 행정쟁송의 인용률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 활력있는 사회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분쟁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최근의 각종 분쟁양상을 보면 우리가 치를 분쟁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의료계 파업만 해도 전국의 종합병원과 병원이 6월 하순부터 9주 동안 무려 9,784억원의 진료비 손해를 보았다는 추정이 나왔다. 약 1조원의 손실을 보고 다시 또 파업을 강행하니? 그 막대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경제적 손실만이 아니다. 사회적 분열과 질서파괴 등 보이지 않는 손실도 엄청나다. 물론 언젠가는 한번 거쳐야 할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비용을 수반하는 분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쟁비용이 너무 크다.

사실 우리 나라는 세계 유수의 분쟁국가에 속한다. 공식적 분쟁해결제도인 재판만 가지고 보더라도 `소송국가'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분쟁해결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특히 분쟁관리면에서는 미개한 수준에 가깝다. 정부는 베를린의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지수에 촉각을 세우며 우리 보다 경제규모가 못한 나라들보다도 훨씬 부패지수가 높다는 사실에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분쟁해결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개혁을 한답시고 해결도 못할 분쟁을 일으켜 놓고도 도리어 분쟁을 악화시키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학분규를 해결한다고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나 통할 이사임명승인관련규정에 의존하여 승인을 거부했다가 행정심판에서 패소하고 결국 사학재단측에게 멀쩡하게 당하고 마는 교육부의 처사는 우리 행정의 분쟁관리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사립대학은 벌써 몇 달 이상이나 총장과 교수들 사이의 극한대치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불행한 것은 교수와 학생들이지만, 총장으로 연임하여 재직중 교육부장관에 발탁되었다가 장관직을 끝낸 즉시 다시 총장으로 복귀하려 시도한 장본인 역시 행복한 대인은 아니다.

교육부는 무엇하는가. 사학분쟁 등 각종 교육분쟁의 해결을 위한 제도를 만들려다가 소리소문없이 꼬리를 감춘 것이 교육부였닐? . 사학분쟁의 해결에 관한 한 교육부의 역할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느 교수의 냉소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분쟁에 속수무책인 행정부의 얼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분쟁이 너무 많고 잘 해결되지 않으며 분쟁비용이 너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분쟁의 관리나 합리적인 분쟁해결제도의 정비에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쟁을 더 악화시키고 해결곤란하게 만드는, 차라리 없느니보다 못한 애물단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집단분쟁처리제도의 도입,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의 개선,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등 분쟁해결제도의 정비는 물론 분쟁의 합리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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