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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웃음의 황혼'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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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웃음의 황혼'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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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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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는 수명이 있다. 특히 순발력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것보다 빠른 속도로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가기 마련이다.SBS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와 KBS2 `개그콘서트' 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자연노화 현상을 실증하는 듯하다. `순풍산부인과' 는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 뭔가 시원하게 터지는 맛이 없고, 중간중간 들어가는 동화 형식의 재연 장면도 이전 같은 기발함이 떨어진다. `개그콘서트' 도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연극적인 진지함까지 돋보였던 코믹연기가 빛 바랜 느낌이다.

방송 3사에서 10여개에 달하는 `시트콤 열풍' 의 원조인 `순풍산부인과'. 컴퓨터 통신 곳곳에 `순풍 마니아 클럽' 이 곳곳에 만들어질 정도였다. 오지명 박미선 미달(김성은) 등 개성이 강한 캐릭터와 방귀소리 등 독특하고 엽기적이기까지한 웃음의 코드 등으로 수많은 시트콤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굳혀 왔다.

`개그콘서트' 역시 김미화 심현섭 백재현 등의 뛰어난 연기에 `난타' `삼색극장' 등 다채로운 공연 형식까지 동원하여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빈약한 코미디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종합예술' 코미디로 인기를 끌었다.

`순풍' 과 `개그콘서트' 의 활력이 떨어진 것은 주력 제작진과 출연진이 바뀐 탓도 있다.`순풍'의 경우 PD와 작가가 대폭 교체되었고, `개그콘서트' 는 심현섭이 빠졌다. 그 또한 노화에 따른 현상이었다. `신선함' 은 회를 거듭할수로 빛이 바래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초기에는 `헝그리정신' 으로 오로지 이 프로그램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신인 연기자들이 스타가 되어 바빠졌다. 특히 개편시기와 맞물려 여기저기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는 마당에 이 프로그램에 발이 묶인 연기자들로서는 불만이 쌓일 것이고 자연 프로그램의 맛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한 관계자는 "`전원일기' 나 `가요무대' 가 수십년 동안 불리는 `스탠더드 넘버' 라면 `순풍' 이나 개그콘서트는 여름 한철 흥겹게 즐기는 댄스곡” 이라고 말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엿가락 늘리듯 끌고 가는 것보다 충분한 재충전 기간을 갖고 다시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 가는 게 초기의 반향과 선풍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는 의견이다.

공교롭게도 두 프로그램 모두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한다. `순풍산부인과' 는 23일부터 오지명 권오중 허영란 등이 빠진다. 개그콘서트도 15일부터 백재현 김미화 김대희 등 1기 출연진들의 모습을 볼 수 없 게 된다.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던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려는 강한 의지인지, 아니면 고육지책인지. 두고 볼 일이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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