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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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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진퇴양난'

입력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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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봉기냐 굴욕적인 타협이냐"야세르 아라파트(70)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사생결단의 문제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통제불능 상태에 이른 민중의 분노를 전쟁으로 표출하자니 완패할 게 뻔하고, 이미 엄청난 희생을 본 마당에 적과 타협하자니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이 48시간 최후 통첩을 발표하자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고 보안군과 경찰에 비상경계령과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는 다분히 전면 봉기를 상정한 조치이다. 그는 그러나 전쟁이 일어날 경우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고사하고 피의 보복 만이 기다린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정식 군대가 없고 소총 등 경무기로 무장한 3만 명 규모의 경찰과 보안군이 전투력의 전부인 팔레스타인은 최신 전투기와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이스라엘의 적수가 못 된다.

팔레스타인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무장 단체 하마스의 테러 공격, 파타당내 강경파가 관리하는 6,000여 명의 자살폭탄 특공대 등 `인간 병기'이다. 결국 전면전은 최악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가장 확실한 중재자인 미국 마저 팔레스타인의 양보를 주장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아라파트가 이번 ?m 력사태를 제어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스라엘측을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을 협상장으로 인도할 능력이 있는 미국 마저 적으로 만들길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파트는 `샤히드(순교자)'가 될 것을 다짐하는 민중들과 이스라엘 전복을 위한 `지하드(성전)'를 주장하는 아랍권의 분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아라파트는 8일 하마스 등 일련의 팔레스타인내 정치세력들과 만나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대책 수립에 나섰다.

아라파트는 무작정 전쟁을 선언할 무모한 인물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는 지금 이스라엘의 도발을 억제함과 동시에 내부의 분노를 잠재울 국제사회의 외교력이 협상의 명분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를 향해 타들어가는 도화선처럼 시간이 점점 그를 조여오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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