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영수회담을 끝내고 국회에 도착한 이회창 총재는 의사당 본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잠시 웃음을 지어 보였을 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회담 분위기를 점칠 수 없다”는 질문에 이 총재는 “나는 원래 얼굴 표정을 잘 짓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등은 “할 말은 다 했다.”며 비교적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 총재는 두툼한 자료를 들추어 보며 기다리고 있던 의원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자신이 할 말을 적어놓은 A4 용지의 여백에 김대중 대통령의 얘기를 빽빽하게 메모 했고 몇몇 부분은 별지에 추가 메모까지 했다.
이 총재는 의원들에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고 우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재는 “한빛은행 관련 특검제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답변에 반박을 했으며,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대통령의 말을 시장에서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의원총회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2시에 회담이 끝났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국회까지 오는 데 1시간이 걸린 셈. 오는 도중에 대화록을 정리해는데 승용차 안에서 이 총재가 구술하고 권 대변인이 받아 적었다. 시간이 모자라 차를 세운채 정리를 했다.
최성욱기자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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