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역사드라마 천둥소리지금까지 `혁명가' 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대극은 찾기 어려웠다. 본격적인 정치사를 다룬 사극의 경우에도 `용의 눈물'의 이방원이나 `태조 왕건'처럼 권력획득이 주 목적이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갖추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목민심서'의 정약용처럼 혁신적인 사상을 지녔으면서도, 사상을 저술로만 묻어둔 학자들이 가끔 있었지만 사상을 무기로 지배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예는 거의 없었다.
KBS 50부작 `천둥소리'(27일 첫방송, 수~목 오후 9시 50분)의 주인공 허균(許筠ㆍ1569~1618)은 그런 점에서 이채롭다. 흔히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은 스스로도 서얼 출신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며 역모를 꾀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다.
명문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허균은 행동에 거침이 없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유교를 넘어 불교와 도교, 심지어는 천주교에도 선구적인 견해를 보였고 서얼이나 역관, 승려 등과도 거침없이 어울리며 혁명적인 주장을 폈다. `호민론'에서 `천하에 두려워 할 것은 백성뿐'이라며 백성을 우습게 여기는 위정자들을 경고했고, `유재론'에서 양반도 군대에 갈 것과 서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관직qm 오른 후 그는 툭하면 `난봉꾼'으로 매도당해 중도하차하기 일쑤였다. 그는 순응 대신 저항을 택했다. 그의 결심은 `가지를 칠 게 아니라 나무를 베야겠다'는 것으로 하인준 김개 김우성 등 서출 관리들과 함께 혁명을 꾀하지만 실패하고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허균은 조선왕조실록에 괴물, 금수 등으로 표현되었고 근대 이전까지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로 역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그나마 `홍길동전'으로 부활하여 역사에 그 존재를 드러냈고, 작년에는 학계 일각에서 그의 혁신적 정치사상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면서 `허균의 혁명실패로 개화가 300년이 늦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강원도 지역에서는 `허균ㆍ허난설헌 선양사업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공영성 강화를 이유로 폐지되었다 4년만에 부활한 KBS수목드라마가 첫 소재로 허균이라는 `역사의 이단자'를 택한 데는 이러한 재평가 분위기도 큰 몫을 했다.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허균이 왜 반역의 길로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한다.
주인공 허균 역은 탤런트 최재성이 맡는다. 유교진영의 선봉에서 허균과 날카롭게 대립한 현실주의 정치가 이이첨(선동혁), 스스로 개혁정치가이면서도 허균과 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광해군(김주승)등이 삼각구도를 이루고, 국악인 오정해가 허균의 정신적 연인이었던 기생 매창역으로 드라마에 첫 출연한다. /양은경기자key@ hk.co.kr
27일부터 방송될 KBS역사드라마 `천둥소리'. 왼쪽이 허균 역의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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