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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車' 위험싣고 거리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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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車' 위험싣고 거리 활개

입력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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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 차량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휘발유에 시너를 섞은 가짜 휘발유 주입 차량이 아니라 아예 연료통 전체를 시너로만 채운 차량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생긴 현상이다.실제로 차량연료용 시너를 파는 전문점이 곳곳에서 성업중이고, 일부 시너제조사는 단체 주문을 받아 배달서비스까지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너차량은 엔진을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작은 충격에도 폭발할 가능성이 커 대형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나날이 부담이 커지는 차량유지비로 골머리를 앓던 이모(25ㆍ회사원)씨는 얼마전 동네 페인트가게 주인의 권유를 받고 비싼 휘발유 대신 공업용 시너를 차량연료로 쓰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당장은 차량을 운행하는데 별 이상을 느낄 수 없다”며 “무엇보다 값이 싸 월 수십만원이 절약된8?다”고 말했다.

시너의 판매가는 보통 17리터들이 한통에 1만원 안팎. 1리터로 환산해 봐야 600여원에 불과해 리터당 1,300여원이나 하는 휘발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

두달전 문을 연 대전의 S페인트점은 본업을 아예 시너판매로 바꾼 상태. 자가용 운전자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 배달주문도 쉴새 없이 밀려든다. 소문이 나자 얼마전 인근에 또다른 시너전문점이 문을 열어 아파트단지마다 시너배달 선전전단을 뿌리며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의 시너제조업체인 S화학은 단체주문을 받아 배달서비스까지 나서고 있다. 배달료를 포함해 통당 1만2,000원을 받고 있는데, 관공서 등지에서도 수십통씩 단체 주문 물량이 밀려들고 있다. 이 회사 판매담당자는 “차량용으로 특별히 배합된 제품이기 때문에 그냥 연료통에 집어넣어 쓰면 된다”면서 “휘발유와 성능 차이가 없으며 차량에도 별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페인트 이모(40) 과장은 “특히 대전과 공주, 청주 등 충청지역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시너차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고, 카센터를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요즘에는 시너판매 점조직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전했다.

전국페인트조합에 따르면 공식적인 시너판매량은 올해 6월 7,460킬로리터로 지난 2월(6,179킬로리터)에 비해 20%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몇몇 대형업체를 대상으로 한 통계일 뿐, 영세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까지 합칠 경우 그 양은 엄청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너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중에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중고차량들이 많다. 아무래m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 대우중공업 엔진사업본부 이진호(41) 차장은 “시너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엔진내 고무부품이 열화현상으로 손상되는 데다 엔진수명 단축, 갑작스런 운행중단, 오염물질 과다배출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강력한 휘발ㆍ인화성으로 인해 연료가 누출되거나 주유시 폭발 위험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경찰청은 “시너차량은 대형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확한 실태조사가 끝나는대로 불법 시너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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