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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일] 91년 사우디 한인교회 적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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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일] 91년 사우디 한인교회 적발 ...

입력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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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주 사우디 아라비아 공사로 일할 때였다. 그해 10월 20일, 리야드 거주 한국인들이 비밀리에 운영해온 한인교회를 종교 경찰인 `무타와'가 급습, 100명이 넘는 교민들을 연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우디는 이슬람교 이외의 그 어떤 종교도 허락하지 않는 나라이다. 때문에 미국인들조차 자국 대사관 지하에서 몰래 예배를 보고 기도나 올리는 정도인데, 한국인들이 교회를 세우고 운영했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10월 26일 사우디 국왕은 한인교회 신도들을 1주일 이내에 철수시키라는 추방명령을 내렸다. 가족 등 동반자를 합하면 200명이 넘을 뿐 아니라, 남자 16명은 모두 사우디 체신부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해 온 공무원들이었다. 만약 이들이 추방당하면 1인당 평균 1억 5,000만원이 넘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딱한 형편이었다.

국왕이 직접 칙령으로 내린 종교적인 결정인 만큼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 추방령을 받은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은 수시로 우리 집에 모였다. 아내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므로 함께 만나 대책을 숙의하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기도를 드리곤 했다.

공식적인 채널로는 도저히 풀 수 없었다. 나는 사우디의? 유력인사인 트루키 정보부장과 쌀만 리야드 주지사를 접촉했다. 그들은 국왕의 가까운 친족으로 그동안 업무를 통해 나와는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입장이 난처한지 그들은 나를 만나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그동안 한국이 사우디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들어 선처를 요청하면서 사우디 내의 한국인 교회는 종교적 의미의 교회라기보다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친교모임으로 이해해줄 것을 부탁했다. 마침내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추방기간을 1주일에서 4주일로 연장함과 동시에 특별 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국왕에게 제출했다.

피가 마르는 듯한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사우디 국왕은 11월 12일 목사 한 사람만 추방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특별사면령을 내렸다. 우리 교민에 대한 이러한 예외 조치는 미국인 영국인 할 것 없이 하루에도 몇 명씩 추방당하는 상황에서 사우디 외교가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강동연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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