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및 러시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8일 NBC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정부가 안착할 때까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요구치 않을 것”이라며 “유고 경제 재건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이전의 입장보다 상당히 완화된 것이다. 미국은 밀로셰비치가 의회를 기반으로 새 정부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경우 유고에 대한 제재해제는 재고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도 9일 룩셈부르크에서 외무장관회의를 갖고 석유수출금지, 비행금지 등 대 유고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EU는 또 다음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EU정상회의에 코슈투니차 신임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독일에 이어 노르웨이도 8일 긴급자금 2,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의 유고에 대한 경제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서방의 이 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유고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코자 하는 러시아와 다분히 경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8일 회견에서 유고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선거에서 승리한 코슈투니차를 신임 대통령으로 인정하는데 주저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코슈투니차에 대해 명확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러시아는 5일 무혈 민중혁명으로 유고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을 유고에 급파, 코슈투니차, 밀로셰비치와 잇따라 회담하며 밀로셰비치의 정권퇴진 성명을 이끌어 내면서 사태수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6일 코슈투니차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유고연방의 무조건적인 독립성과 주권, 영토성을 옹호한다”고 밝혀 서방과는 거리를 뒀다.
러시아의 신속한 움직임에도 불구, 유고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서 서방측으로 힘이 쏠리는 듯 하다.
코슈투니차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에 대한 전범 기소를 반대하는 등 유고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있지만 신생정부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서방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50%가 실업 상태일 정도로 지난 10여년간 파괴된 유고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 몬테네그로 공화국과의 관계 회복과 더불어 신생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서방 전문가들은 유고에 당장 필요한 경제 원조액이 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부의 지지를 얻어낸 코슈투니차 정부가 8일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주도하에 자행됐던 보스니아, 코소보 전쟁범죄 장면을 TV로 처음 방영한 것을 서방의 경제적 지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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