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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포럼 / 남북 관계개선속도 적절한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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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포럼 / 남북 관계개선속도 적절한가- '적절하다'

입력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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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후 이제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동안에 이뤄진 남북대화나 합의 내용을 보면 적어도 1990년대 이후 10년간, 아니 분단이래 50년간 진전된 남북관계를 넘어서고 있다.지켜보는 국민들 눈에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다양한 창구에서 남북회담이 열렸고 많은 사업에 합의하고 있다.

드디어 제3차 장관급 회담에서는 당분간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이행해 가는데 주력하기로 합의하였다.

북한에서는 대남 사업 부서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를 정도로 업무가 폭주하고 남한 내에서도 남북관계 진전이 너무 빠르다는 속도조절론이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확인할 것은 6?15 공동선언이 과거 남북간에 합의된 어떠한 문서보다도 강한 실천의지가 담긴 것이란 사실이다.

남북관계를 과거의 잣대로 재는 냉전적, 대결적 발상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우리는 JSA(공동경비구역)과 같은 영화에 영화사상 최대의 관객이 몰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는 겨우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란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은 앞당겨 잡아도 80년대쯤, 늦추어 잡아도 90년대 초에는 실현되었어야 할 것이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작태를 보면 안된 것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유산된 94년도에만 열렸어도 남북관계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아가 있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내실을 기하며 하나 하나 다져가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냉전구조가 뿌리깊게 남아있는 남북한 현실을 보면 갈 길은 멀다.

아직 정상회담이후 변화한 남북관계에 맞추어 남북 각각이 법, 제도를 바꾸어 가는 작업도 시작되지 않았다.

남북의 젊은이들이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을 서로 총뿌리를 겨누는데 다 바쳐야 하고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무기를 만들거나 사들이는데 막대한 자원을 써야 하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뀐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의 속도를 논하기에 앞서서 관계 개선에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막대한 분단비용은 계속 들어가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된다. 남북관계는 이벤트성 행사가 중심이 되는 `감격의 국면'에서 냉정한 계산에 입각한 `실질적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부터 경제적 부담이 실제를 말해주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언젠가는 치러야 하는 부담이며 분단비용을 줄이는 대체투자기이도 하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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