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프로야구판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게 스타선수들의 해외진출 문제다. 누구 누구가 일본 프로야구 특정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거나 미국쪽으로 진출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거나 하는 소문이 무성해진다.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구대성(한화)이 미국 프로야구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요청받았다. 또 현대 에이스 정민태도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으로 옮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떠돈다. 롯데의 좌완투수 주형광은 일본 프로야구 롯데 지바 마린스로 스카우트될 게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외에 나가서 뛰고 싶어한다. 한꺼번에 목돈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어하는 선수로서의 자존심때문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마다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우리보다 수준높은 야구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국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선진야구를 접하다 보면 국내야구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해외진출은 막아서도 안되고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갈만한 선수가 가야한다는 것이다. 막맴??로 아마선수를 포함해 수십명의 선수가 해외로 나갔지만 그중에 제몫을 하는 선수는 몇 안된다. 박찬호(LA 다저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한몫 챙겼을 지 모르지만 선수로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선수 출신으로 해외진출 1호였던 선동렬(전 주니치 드래곤즈)은 얼마전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한 적이 있다. 96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지만 첫 해 국보급투수라는 명성을 무색케하며 수모를 당했었다. 물론 이듬 해부터 이를 악물고 뛰어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하지만 그도 일본야구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갔다가 첫 시즌에 낭패를 봤다. “적어도 해외에 나가려면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무턱대고 해외진출만 고집할 게 아니다. 일단 실력을 갖춘 후에 꿈의 무대에 도전하는 게 당연하다. 비단 이 같은 문제는 선수들에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우수선수들이 다 빠져나가 국내야구가 이모양 이꼴이 됐다고 아우성치는 구단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라면 다년계약을 해서라도 걸맞는 대접을 해줘야 한다. 돈 많이 주겠다는 해외구단을 싫어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구단들도 스타선수들의 기대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국내야구도 살고 선수도 살 수 있다.
/정연석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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