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한정윤(27·여·회사원)씨는 지난 3일 시내 명동지역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약속시간에 1시간이나 늦었다.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길거리가 온통 차로 정비 공사때문에 혼잡한 데다 시내 백화점 세일기간과 겹쳐 공휴일인데도 교통체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에 한씨는 8일 시내로 나가기에 앞서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www.metro.seoul.kr)에 있는 `교통혼잡예보'를 참고키로 했다. 그러나 교통예보는 시 전역에 대한 포괄적인 정체구간만을 나타내고 있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여의도에서 명동까지의 최적코스를 찾아봤으나 그저 길안내 수준 밖에 안돼 결국 차를 포기하고 지하철로 이동해야 했다. 한씨의 경우처럼 서울시의 교통혼잡예보제가 이용자의 외면 속에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보없어 효과 미흡 시가 지난 5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시작한 교통혼잡 예보제는 시내 주요 도로의 구간별 시간대별 교통상황을 이전 자료를 토대로 예측 제공하는 시스템. 서울시 전체 지도위에 주요 도로를 따라 공사 지역과 백화점 세일지점을 표기하고 여기에 교통체증이 심한 짐? 역을 대략적으로 붉은 색 덧칠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작은 화면에 서울 전역을 나타내다 보니 시내 중심가와 강남일대는 언제나 체
증지역으로 붉게 표시돼 있고 도로의 차량통행속도는 20~30㎞에 달한다는 `정
보 아닌 정보'만 주는 수준에 그치게 됐다. 차량통행에 가장 긴요한 실시간 정
보가 빠져 있고 주요 도로의 체증이 심하면 이면도로나 돌아가는 길이 나타나
야 하는데 이것도 역시 안내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0여곳의 백화점 지역과 30여곳의 공사지점만 표기했을 뿐 정작 중요한 언제 어느 도로가 얼마나 체증이 심한 상태인 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예보제, 첫 단추부터 판단착오 시는 세계최초로 제공되는 교통예보제는 시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신문과 TV, 라디오 등에서 일기예보처럼 매일 보도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보제가 실제 차량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시행 한달도 안돼 언론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고 라디오도 시 산하기관인 교통방송에서만 간간이 다루게 됐다. 홍보수단이 막히자 인터넷만이 유일한 통로로 남게 됐으나 이도 역시 시가 이용자 수를 밝히기 꺼릴 정도로 유명무실화 했다.
시 관계자는 “혼잡예보제가 당초 기대와 달리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힌 뒤 “일단 시범기간인 연말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시스템을 한단계 끌어올려 실제 도움을 주는 정보제공처로 만들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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