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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운영 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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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운영 대질

입력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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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새벽 1시까지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진행된 이운영(李運永)씨와 박지원(朴智元) 전 장관의 대질신문은 이씨가 `비장의 카드'를 들이밀며 박 전 장관을 거칠게 몰아붙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이씨가 박 전 장관의 추궁을 비켜가는 형태로 진행됐다.우선 박 전 장관은 사건의 핵심인 지난해 2월 두차례의 전화압력 여부와 관련, 준비해온 자료를 일일이 짚어가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일개 지점장에게 전화할 사안이 아니며 ▦바빠서 여비서 없이는 통화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존칭을 쓰는 언어습관상 `모가지를 날리겠다'는 식의 표현을 하지않는다는 점 등을 열거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어쨌든 당시 목소리는 틀림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박 전 장관은 “TV 목소리와 전화 목소리는 틀리다”라고 간단히 받아넘겼다.

전화통화에 대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대신 이씨는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씨와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이씨는 “집안 왕래까지 있었다는 두 사람의 관계로 볼 때 압력전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친ㆍ인척 관리나 잘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박 전 장관은 “박씨가 집을 찾아온 적은 있지만 평이 좋지않아 피해왔다”며 “전화압력과는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맞받았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대출보증 압력 의혹을 제기했던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정 이운영(李運永)씨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이씨가 궁지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박 전 장관의 전화압력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씨측이 내놓은 탄원서 및 녹취록에 박 전 장관이 전화 압력을 행사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데다 당시 신보 임직원들의 검찰 진술도 하나같이 그에게 불리한 것들 뿐이다.

이들은 검찰에서 박 전 장관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고 그 직후 손용문 전무에게 이 사실을 논의했다는 이씨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관련자들과의 대질신문에서 걸핏하면 묵비권을 행사, 오히려 결정적인 대목마다 피해간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씨의 황당한 주장들도 그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요소. “전화압력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인 자필수기 원본을 백두대간 곳곳에 나눠 숨겨뒀다”, “경상도 출신 검사에게만 진술하겠다” 는 주장들이 그 것.

최근에는 `체포 17일 후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결정적 증거를 폭로해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는 D+17론까지 들고 나섰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이씨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변호인단들도 이전처럼 이씨를 신뢰하지 않는 형편이 됐다.

실제로 그동안 이 사건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손범규 변호사는 7일 새벽 박 전 장관과의 대질신문 현장에 불참, 대신 한나라당 정인봉의원이 입회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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