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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워드'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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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워드' 설 자리가 없다

입력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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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워드프로세서 업계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표되는 외국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기술개발능력에 밀려 벼랑에 몰려있다.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대형매장에서는 MS 제품인 워드2000의 판매량이 아래한글 등 토종 제품을 압도하고 있으며 정부와 공공기관을 제외한 일반 기업체도 대부분 워드를 신규 선택하고 있다. 특히 국립국어연구원이 최근 각종 공식문서 및 웹 문서 작성과 고어 연구자료 보존 등에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를 아래한글에서 워드2000으로 변경,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MS “경쟁은 이미 끝났다”

MS는 지난해 6월 판매를 시작한 워드2000 프로그램의 판매량이 15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S측은 “누적 시장점유율에서는 40%수준이지만 신규 판매량에서는 이미 아래한글을 추월, 5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S는 올해들어 삼성 SK 등 대기업 및 주택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 95곳과 워드2000이 포함된 오피스 2000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워드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한 이유는 워드가 포함된 사무용 패키지 제품인 오피스 프로그램의 시장 지배력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2만7,000자 이상의 한자와 옛한글 160만자 지원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토종 워드프로세촛m 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전 “워드 제품은 조합형 한글과 고어, 확장 기능 등에서 취약점이 있어 한글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던 아래한글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MS측은 “본사에만 200명 이상의 한국 연구원이 있고 워드 개발진만 전세계적으로 3,000명, 국내 연구개발 인력만 150명 이상이어서 개발능력에서 다른 워드프로세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토종업체의 반격, 그러나…

9일 아래한글 새 버전인 한글워디안을 출시하는 한글과컴퓨터사는 “전체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시장에서 아직 70%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개인 이용자와 사기업 시장은 대부분 MS에 잠식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유명 대학 등이 워드2000으로 속속 워드프로세서를 변경하고 있는데다 MS가 우정사업본부와 제휴, 가정용 오피스 프로그램을 시장가(20만원)의 20%수준으로 통신판매할 예정이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아래한글은 컴퓨터용 번들 시장에서도 전체 시장의 10% 수준인 현대멀티캡과 대우통신에만 제품을 공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한컴측은 “MS가 윈도를 깔면서 오피스를 끼워파는 등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워디안 시험판 공개 과정에서 “웹 호환성이 떨어지고 설치도 너무 오래 걸린다” “애국심에만 호소하지 말고 벌레(버그)나 잡으라”고 질타당하는 실정이다.

▶ 국민감정에만 호소해서는 안돼

한컴은 이미 워드프로세서 업체가 아닌 인터넷 업체라고 선언한 상태여서 아래한글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긴? 는 힘든 상황이다.

한컴 관계자는 “솔직히 MS제품을 써야 글로벌 인터넷 환경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막기 힘들고 가격 정책에서도 도저히 MS를 따라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 이상 국민감정에 호소해서만은 토종 워드프로세서를 살려내지 못한다”며 “정책적인 지원으로 토종 제품을 키우든지 아니면 개발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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