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노벨문학상이 제정ㆍ시행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21세기의 첫 수상자이자, 100주년의 주인공이라는 부가적 영예까지도 가지게 된다.노벨재단은 올해 노벨상의 다른 5개 부문의 수상자 발표일자는 이미 공표했지만, 문학상만은 24시간 전에 발표일시를 공개한다고만 밝히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10월 첫째 주나 둘째 주 목요일에 발표했던 관례대로라면 이번 문학상은 12일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노벨문학상 100년
안티노벨상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20세기 인류의 문학사, 정신사를 보여주는 궤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수상자의 면면으로 20세기 문학사를 완전히 정리할 수는 없어도, 그들은 문학의 이름으로 이룩한 인간의 위대한 정신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1901년부터 1999년까지 노벨문학상은 모두 95명의 수상자를 냈다. 두 명의 작가가 공동 수상 한 것이 세 차례, 따라서 실제 수상을 한 햇수는 92년이다. 일곱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그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4년, 1918년과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1935년, 1940~1943년이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비판은 우선 지역적 편q 때문에 나온다. 수상자의 분포로 세계지도를 그리면 그 지도는 유럽과 미국만으로 그려진 기형적 지도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국가별로 따지면 프랑스가 12회로 가장 많고, 미국 10회, 독일 9회, 영국 7회, 이탈리아 6회 등으로 구미 지역이 압도적이다.
이외 지역의 수상자는 12명뿐이다. 중남미 6명, 아프리카 3명, 아시아 3명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1986년에 들어서야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가 첫 수상했고, 아시아지역은 인도시인 타고르(1913)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오에 겐자부로(1994년) 등 두 명의 일본 작가가 수상했을 뿐이다.
당연히 수상해야 할 작가는 빠지고 엉뚱한 인물들이 상을 받았다는 비판도 있다. 톨스토이를 비롯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 등 20세기 최고 작가들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서 빠져있다.
이런 비판에다 문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까지 겹쳐 한국에서의 노벨문학상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우리 문학을 세계에 더 알리는 일에 힘을 쏟으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발칸반도의 소국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노벨문학상은 개인의 영예라기보다는 국가의 영예”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수상자는 누구?
올해도 외신은 몇몇 후보를 유력한 것으로 거론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모리스 블랑쇼(93), 지난해 부커상을 수상한 남아공 소설가 존 쿳시(60),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작가V. S. 네이폴(68),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64) 등이다.
모리스 블랑쇼의 등장은 의외이면서 가능성도 꽤 높은 것으로 보인다. 90세가 넘은 ?m 는 `글쓰기'의 의미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1930년대부터 `카프카론' 등을 통해 잡을 수 없는 것을 붙잡으려 하는 작가의 자의식을 탐구해온 블랑쇼는 철학자 바타이유와 교유했고, 미셸 푸코를 비롯한 프랑스 현대 사상가ㆍ문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생활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은둔의 작가이기도 하다.
존 쿳시는 한번도 받기 힘든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을 최초로 두번이나 받은 소설가다. 1983년 `마이클 K.의 삶과 세월'에 이어 지난해 `추락'으로 다시 수상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체제의 남아공 사람들의 혼란스런 삶과 사회상을 놀라운 문학적 상상력으로 다루어 이름이 높다.
V. S. 네이폴은 90년대 중반 이후 단골로 후보에 오르내리는 작가다. 중남미 근ㆍ현대사를 다룬 `세계 속의 길' 등을 통해 선진제국이 제3세계에 입힌 상처, 빈곤과 독재로 얼룩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인도 중동 지역 등을 다룬 수십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필립 로스는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대 미국의 대표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작품 경향은 사회와 인간존재의 추악하고 불쾌한 단면을 희극적인 방법으로 드러내면서 풍자한다.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등 수상 경력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작가들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추측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 속에는 국제정치적 고려나 자국 작가에 대한 기대가 스며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지역ㆍ언어권별 분포를 볼 때 올해는 불어권 작가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강하다.
프랑스는 1985년 이후 한번도 수상자를 내지 못한데다 그간 ~um 마다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등이 거명됐지만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알바니아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해 활동하고 있는 이스마일 카다레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체코의 밀란 쿤데라, `악마의 시'의 샐먼 루시디는 지난해도 최종 후보로 거론됐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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