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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랑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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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랑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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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호텔'감독 빔 벤더스“통독 후 사람들은 기쁨에 겨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문제가 생기자 그 때부터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두 체제로 통일을 하는 것은 몸만 합치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이 통일의 기회를 맞게 된다면 진정 하나의 한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올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인 `밀리언 달러 호텔' 감독인 독일 빔 벤더스(55)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방한, 7일 기자회견을 했다. 성직자를 꿈꾸다가 감독이 된 빔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로 국내에서도 명성이 높다. 그의 신작은 한 때 LA의 대표적인 호텔이었으나 이제는 퇴락한 호텔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벤더스 감독은 7일 오후의 기자회견에서보다 밤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더욱 진지하고도 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퇴락한 호텔처럼 미국은 꿈과 현실이 모순된다. 아메리칸 드림의 역설을 드러내고 싶었으나, 결국은 주인공처럼 순진한 사랑의 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평론가가 `가장 미국화한 감독으로 보인다'고 말하자 그는 “나는 미국 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파리 텍사스'가 개봉되자 미국사람들은 미국영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고 영어로 말한 후, 독일어4 m “나는 독일의 마음을 지닌 유럽감독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나는 미국영화의 세례를 받고 자랐다. 미국의 시스템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대규모 제작자의 틈바구니에서 게릴라 전투하듯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제는 미국에서도 작가주의적 제작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수준 높은 사운드트랙을 보여온 그는 “배우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악”이라며 밴드가 더빙하듯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 변화의 가능성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TV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74년작 `도시의 엘리스'를 가장 아름다운 영화적 경험을 한 작품으로, `밀리언 달러 호텔'을 “결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영화”로 꼽았다.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5~10년내 영화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본 그는 “극장에서 필름없이 영화를 상영하고, 유치원생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시기 어려운 감독' 으로 소문난 그는 “한국에 다시 오는 데 23년이 걸렸다. 영화계 친구들이 부산영화제를 안가면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이라 했다. 다음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단에 앉아서 영화를 관람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관객들이 그를 충분히 감격시킨 것 같았다.

부산=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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