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과서에 쓰였다면 진리로 통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사실 과학교과서는 무수한 오류를 담고있다. 그래서 잘못된 신화가 생겨난다. 선진국이나 우리나 별 차이도 없다. 잘못된 과학적 개념을 총망라하고 코멘트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보면 알 수 있다.우리는 우주공간은 무중력이라고 배우고 믿는다. `교과서와 대중문화의 과학 신화'라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www.eskimo.com/~billb/miscon/miscon.html)가 손꼽은 오류 중 하나다. 사실 지구 상공의 중력은 상당히 세다. 500㎞쯤 되는 긴 사다리가 있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고 상상해 보자. 주변엔 위성이 떠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은 0이 아니다. 몸무게가 15%정도 가벼워졌을 뿐이다. 그러나 위성 속에 있는 우주비행사가 있다면 둥둥 떠다니는 `무중력상태'를 과시할 것이다. 어찌 된 일일까.
우주비행사는 사실 위성과 함께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선도 사다리 꼭대기에 올려지면 우주비행사는 바닥에 발을 딛고 선다. 다만 위성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옆으로 떨어진다. 매우 빠르게 옆으로 움직여 지구의 둥근 곡선을 따라 떨어지는 것. 때문에 땅에 부딪히지 않은 채 지구를 돈다. 누구나 사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면 우주비행사와 같은 무중력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땅에 닿기 전까지만?. 보다 안전하게 우주비행사를 경험하려면 번지점프, 다이빙, 스카이다이빙, 트램폴린 등이 있다.
나쁜 과학(Bad Scienceㆍwww.ems.psu.edu/~fraser/BadScience.html)이라는 사이트는 천문 화학 기상학 등 각 분야의 오류가 총망라돼 있다. 빗방울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끝이 뾰족할까? 역시 잘못된 신화다. 표면장력 때문에 빗방울은 둥글다. 지름이 1㎜보다 작은 빗방울은 구(球)모양이고 이보다 크면 오히려 납작해져 햄버거모양이 된다. 지름 4.5㎜이상이 되면 빗방울은 낙하산처럼 찢어져 두 방울로 나뉜다(그림 참조). 빗방울이 커질수록 표면장력보다 빗방울 밑바닥을 밀어올리는 공기 압력이 세져 모양이 납작해지다가 나뉘는 것이다.
`과학신화' 사이트에 링크된 과학 오개념 사이트는 30개가 넘는다. 레이저광선은 평행한 빛인가, 얼음 위에서 어떻게 아이스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가, 전자기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가, 북반구에서 지구 자극이 가장 센 곳이 북극점인가 등 상식의 허를 찌르는 주제들이 다루어진다.
용어의 오류도 있다. 한국교원대 물리교육학과 권재술 교수는 속도와 속력의 개념을 맞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력은 방향과 관계가 없는 스칼라량, 속도는 방향성이 포함된 벡터량으로 정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온도, 습도, 전기전도도, 고도 등 도(度)가 들어간 용어는 정도를 뜻하는 용어 즉 스칼라량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경제속력이 아닌 경제속도라는 말만 쓰인다. 그는 “초, 중등학교 물리시험 문제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이 속도와 속력의 구분을 묻는 문제지만 사실 이를 구분하는 것이 물리학 학습에서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 하고 있다.
교과서를 바로잡는 일은 행정적으로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대중의 과학적 사고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과학)용어를 잘못 선택하면 그것으로 인한 폐해는 대를 이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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