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간 유혈충돌에 대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최후통첩' 발언이 터져나오면서 양측 분쟁은 가자지구, 서안지구에서 주변 아랍국으로까지 확산되는 사실상 이스라엘-아랍 간 국지전 양상으로 돌입했다.팔레스타인 지도부는 7일 바라크 총리의 “무력 총력대응” 경고를 일축하고, 보안군과 경찰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결사항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집트 중재회담 무산 이후 파국일로를 달려온 양측 유혈사태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전역이 분쟁지역화하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태는 7일 바라크 총리가 “48시간내 유혈시위를 종식시키지 않는다면 평화협상 중단은 물론, 가능한 모든 군 병력을 총동원, 대응하겠다” 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경고하면서 급격히 악화했다.
바라크의 경고는 반(反) 이스라엘 게릴라 단체인 헤즈볼라가 이날 레바논 남부 쉬바의 이스라엘 전초기지에서 이스라엘군 3명을 납치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관할도시 나블루스의 `요셉의 묘' 가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약탈된 데 따른 대응조치였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상과정에서 국내 강경파들로부터 비난압력에 시달려 온 바라크가 군과 야당인 리쿠드당의 요구에 굴복,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중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후통첩 발언 이후 양측 무력충돌은 5월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소강상태를 보여온 레바논 남부지역까지 확대됐다.
로켓과 박격포로 무장한 헤즈볼라에 이스라엘군은 무장헬기를 동원, 보복공격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지중해 항구도시에서는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 10여명이 부상했다. 이날까지 유혈 충돌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90명으로 늘어났다. 유럽 각지에서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달았다.
극우파 시위대의 반 이스라엘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독일에서는 7일 800여명의 시위대가 에센에 있는 유대인 회당을 공격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이스라엘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리옹 등지에서도 이스라엘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요셉의 묘'는 어떤곳
팔측엔 '이 침략의 상징'
팔레스타인인이 7일 난입한 `요셉의 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의 상징적인 곳이다.
요셉의 묘는 유대인에게 신성시되는 곳이다. 유대인은 이곳을 지상에서의 예수의 아버지인 요셉이 묻힌 장소로 확신하고 있으며 이곳을 1년에 7~8차례 순례하고 있다. 요셉은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유대인이 이집트에서 정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의 뜻에 따라 나블루스에 묻혔다. 요셉의 묘는 19세기 복원될 당시 작은 규모였으나 1980년대 현재의 모습으로 개축됐다.
요셉의 묘가 있는 나블루스는 1965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의 관할하에 들어갔으며 1995년에 다시 팔레스타인의 관할로 넘겨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요셉의 묘만은 자신의 통제하에 뒀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요셉의 묘를 이스라엘 침략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요셉의 묘에서 철수한 것을 팔레스타인측에서 대승리라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역사적 배경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요셉의 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1996년에는 양측의 충돌로 이스라엘 군인 6명과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 1일에도 이스라엘군 1명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 의회(크네세트)의 불신임투표를 간신히 모면해 온 바라크 총리는 국제사회의 빗발치는 비난 압력에도 불구, 7일 팔레스타인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최후통첩을 전달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한 완전 매파로 변신한 모습이다.
다음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와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밀리는 등 정치적 위기가 이 같은 초강경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바라크의 노동당이 중동평화회담의 주도권 다툼에서 아리엘 샤론이 이끄는 리쿠드당에 사실상 점령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국가비상정부'라는 이름하에 샤론 당수를 포함, 좌우익을 아우르는 범정부구성을 협의 한 것은 좁아진 그의 입지를 반증하는 한 단면이라는 시각이다.
그의 `극우'로의 선회는 6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극렬 비난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바라크는 프랑스가 최근 유혈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국제조사위 구성을 지지한 데 대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테러리즘으로의 회귀를 조장하고 있다” 며 서방측에 대해 전례없는 초 강경발언을 토해냈다.
시라크가 자신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발언도 서슴4?지 않았다. 이 발언으로 프랑스 전역은 반 이스라엘 시위로 들끓었고, 대통령궁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 하나인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에서 향후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강경입장을 읽을 수 있다.
/황유석기자
■아랍 지도자들은 21, 22일 카이로에서 지난 1996년이래 첫 정상회담을 갖고 아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7일 발표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비무장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주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 조사단의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스마트 압델 메기드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아랍정상회담 소집을 확인하면서 “모든 아랍국가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는 이라크가 지난 1090년의 쿠웨이트 침공이래 처음으로 아랍정상회담에 참여할 것임을 의미한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도 이날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가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임을 확인했다.
/카이로 AP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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