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유행하는 엿보기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가 국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국내 최초라고 떠들지만, 공중파 방송도 이미 이런 형식을 슬쩍슬쩍 베낀 엿보기 프로그램이나 ‘무인도 서바이버 게임’을 내보내고 있다. 외국에선 거액 상금을 내건 본격 리얼리티 쇼를 민간 공중파 방송이 앞다퉈 방영하는 판에, 외국 문물 흉내내는데 선수인 우리 사회에서 이제 갓 인터넷 방송 문턱을 넘어선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미혼남녀의 집단생활을 생중계하는 리얼리티 쇼의 등장에 사생활 침해나 ‘원형감옥’의 현실화 등을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그 성격과 의미가 과장·오해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인터넷 방송 측은 이 이벤트에 사회학·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 등을 동원해 과제를 내고, 성문제 등 사회화 과정을 심층분석한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등의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이게 모두 황당무계한 얘기다.
■리얼리티 쇼, 정확하게 ‘리얼리티 게임쇼’는 리얼리티없는 쇼에 불과하다. 이걸 현실과 인간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로 선전하거나 인식하는 것은, 대단한 사기이고 착각이다. 사람만 실물일뿐, 그밖에 모든 구성요소는 텔레토비 정도의 현실성밖에 없다. 인간에 대한 심층분석 따위는 어차피 잘 짜여진 허구다. 실체는 오로지 시청률을 노린 야단법석, 저급하고 도착적인 엿보기와 예측불가한 드라마를 결합시킨 오락물일 뿐이다.
■이건 영국의 전문가 스티븐 바넷이 ‘빅 브라더 쇼’등 리얼리티 쇼 유행을 논평한 글을 인용한 것이다. 발끈하고 반론할 이들을 위해 미리 밝혀 둔다. 그는 특히 방송에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맡기는 낡은 자유시장 논리는 금기라고 했다. 위장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진짜 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되는 프로그램을 구축(驅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규제하는 ‘빅 브라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 방송 이벤트에 어떤 전문가들, 특히 신문방송학자가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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