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개선의 전사가 다시 돌아왔다.”4년 전부터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재벌기업을 상대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회복 운동을 벌여온 고려대 장하성(張夏成ㆍ경영학) 교수가 이번 학기부터 6개월동안 안식년 휴가에 들어가 재벌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의에서 해방된 장교수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다면 2차 구조조정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재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장교수는 6일 “현대전자가 중공업을 상대로 상호지급보증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리딩기업의 지배구조개선에서 상당한 결실을 얻었지만 사안이 불거졌을 때만 잠시 변화가 나타나는 등의 한계도 절감했다”며 “제도상의 문제를 고치지 않고는 기업들의 구태의연한 경영행태를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이제는 개별기업과의 전투보다 제도개선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장교수는 6개월동안 사외이사제 확립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에 전력할 계획이다. 소액주주가 실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1998년 도입됐지만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으로 지금은 유명무실화했다. 장 교수는 단서조항만 제거한다면 사외이사의 선임에 대주주의 전횡을 제거하고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집단소송제를 도입, 지금처럼 개별적으로 민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증권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그동안 모아온 기업들의 지배구조 현황을 정리해 리포트로 만드는 작업과 강의록을 토대로 증권제도 관련 책자를 저술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로 초청하는 구애의 손길도 끊임없이 뻗치고 있지만 장교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번에 잘랐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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